10살 아이에도 마수 뻗는 멕시코 카르텔…"미성년 조직원 3만명"
"카르텔에 고용돼 10대 때부터 살인청부 임무…아동 관리 강화해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의 빈곤 가정 출신인 하코보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어느 날 한 이웃이 그에게 "돈을 벌고 싶지 않냐"는 당연한 질문을 했고, 그렇게 그는 12살에 마약 카르텔의 청부살인업자가 됐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 멕시코 언론들은 소년범 교정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레인세르타'의 보고서를 인용해 하코보처럼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고용된 미성년자들의 실태를 전했다.
멕시코 아동인권단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마약 조직이 끌어들인 미성년자들은 3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위험한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2000∼2019년 멕시코에선 2만1천 명의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살해됐고, 7천 명이 실종됐다.
레인세르타는 멕시코 전역의 소년 교정시설 7곳에 수감된 10대 89명을 만나 이들이 카르텔에 몸 담게 된 과정을 들어봤다.
이들은 평균 13∼15세에 카르텔의 제안을 받았다. 10살 때 조직에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모두 학업은 중단했고, 어린 나이부터 총기를 사용하게 됐다.
카르텔은 미성년자들이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고 성인보다 처벌도 가볍다는 점에서 영입 대상으로 삼는다. 멕시코에서 소년범의 형량은 대개 3∼5년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취약계층 아이들이 더 쉬운 타깃이 된다.
에두아르도는 13살 때 한 카르텔에 영입돼 망보는 역할을 맡았다. 14살 땐 마약 판매책으로 '승진'했고, 이어 살인 임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시카리오'가 됐다.
하코보도 10대 중반에 이미 경쟁 조직원을 고문하고, 사람을 죽여 시신을 절단한 후 처리하는 일까지 맡았다.
고아원에서 탈출한 후 거리에서 살던 오를란도 역시 시날로아 카르텔의 지시를 받는 시카리오가 됐다. 10살부터 16살 때까지 그가 죽인 사람은 모두 19명에 달한다.
4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오를란도는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 다른 삶의 방식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범죄조직들은 더는 쓸모가 없어진 조직원들을 쉽게 '제거'하기도 한다.
하코보의 경우 소년원에 들어오기 직전 사람 많은 곳에서 누군가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목격자가 많았으니 곧바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고 추적을 피해 숨은 그에게 조직이 은신처를 바꾸라고 지시했다. 하코보가 조직과 약속한 장소에 나타나자 총알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를 없애려고 파놓은 함정이었던 것이다.
여러 발의 총알을 맞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 살인 혐의로 4년 형을 복역 중인 그는 어디에나 있는 카르텔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
레인세르타는 어린아이들이 범죄 조직에 끌려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고, 교육과 오락 기회를 더 늘려주는 한편, 가정폭력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카르텔에 가담한 미성년자들의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고 심리 치료나 약물중독 치료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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