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서 헤즈볼라 주도 시위중 총격전…최소 5명 사망(종합)
저격수 최초 총격 후 교전…권총·소총·로켓추진 수류탄 동원 '아수라장'
헤즈볼라, 기독교계 정당 배후로 지목…충돌 재발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14일(현지시간) 시위 도중 총격전이 벌어져 최소 5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첫 총격은 베이루트 남쪽 교외의 타유네 지역에서 지난해 대폭발 참사의 진상조사 책임자인 판사 교체 요구 시위 중 일어났다.
레바논군은 성명을 통해 "기독교도와 시아파 무슬림 거주지역 사이의 원형교차로를 지나는 시위대를 겨냥해 총격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기독교도 거주지에서 시작된 총격은 교전으로 이어졌다"고 부연했다.
레바논 내무부는 지금까지 최소 5명이 사망했으며, 20여 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처음 총격을 가한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AFP 통신은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대원들도 소총을 들고 먼저 총을 쏜 괴한과 교전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최초 저격수의 총격에 이어 권총와 소총, 로켓추진식 수류탄까지 가세한 무력 충돌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보도했다.
나지브 미카티 총리는 긴급 성명을 통해 자제를 요청했고, 레바논군은 중무장 병력을 보내 현장을 봉쇄하고 최초 총격을 가한 용의자 등을 쫓고 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기독교 계열 정당인 '크리스천 레바논 포스'(CLF, Christian Lebanese Forces)를 배후로 지목했다. 이에따라 향후 헤즈볼라 지지자와 CLF 지지자 간의 추가적인 충돌 가능성도 있다.
헤즈볼라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의 조사를 담당한 법관 교체를 주장해왔다.
베이루트 항구에서는 지난해 8월 4일 큰 폭발이 일어나 214명이 숨지고 6천여 명이 부상했다.
사법 당국은 항구에 6년 동안 보관해왔던 질산암모늄 약 2천750t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레바논 검찰은 폭발 참사와 관련해 하산 디아브 당시 임시 총리, 알리 하산 칼릴 전 재무장관을 포함한 장관 2명, 관세청 고위 관리 2명을 지난해 12월 기소했다.
그러나 인화성 물질인 질산암모늄을 항구에 방치한 책임이 있는 관리와 정치인 등의 조사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책임을 피하려는 정치 지도자와 의원들은 판사가 사건을 정치화한다거나 의원들의 면책 특권을 외면한다는 트집을 잡으며 조사를 방해해왔다.
이로 인해 이미 지난 2월 사법조사를 주도한 법관이 교체됐다.
이후 임명된 판사가 최근 시아파 의원 등 관련자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헤즈볼라는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직접 나서 판사 교체를 요구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또 헤즈볼라는 미국이 진상 조사를 배후조종하고 있다면서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 등을 비난하기도 했다.
레바논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 후 종파 간 세력 균형을 우선시해 독특한 정치 시스템을 도입했다.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를 채택했지만,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또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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