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이트모던에 해파리가 '두둥실'…한국계 '아니카 이' 전시
헬륨 들어간 해양 생명체 모양 드론 공중에서 유영
기계와 공존 낙관…"코로나19 이후 긍정적 느낌 주고 싶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런던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에 입장하면 눈앞에 텅 빈 거대한 공간이 펼쳐지고 그곳에 해파리와 플랑크톤 모양의 기계가 유유히 떠다닌다.
'에어롭스'(aerobes)라고 불리는 이 기계들이 터바인홀 공중에서 흘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 수족관 안이나 바닷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테이트 모던에서 12일(현지시간)부터 '현대 커미션: 아니카 이 : 인 러브 위드 더 월드(In Love With the World) 전시가 시작된다.
이에 앞서 테이트 모던은 11일 기자간담회와 사전 관람 행사를 마련했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개념예술가 아니카 이(Anicka Yi)는 뉴욕을 중심으로 예술과 과학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 해파리와 같은 해양 생명체와 버섯이 연상되는 두 종류 기계를 들고나왔다.
작가는 이 기계를 헬륨으로 공중에 띄워 작은 날개(로터)와 배터리를 달아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기계들은 마치 해파리의 촉수 같이 뻗은 부분을 오므렸다가 펼치고, 아래위로 움직이고, 모였다 흩어지며 떠다닌다.
생체반응을 감지해서 움직이도록 설계돼 사람들이 모인 곳 위에 몰리기도 한다.
작가는 냄새도 작품에 동원했다.
특정 시기와 연관된 냄새를 상기시키며 매주 다른 '향기 풍경'을 만든다. 가령 흑사병을 막는다고 여겨지던 향신료 냄새 등이 등장한다. 향기 풍경이 바뀌면서 기계의 행동과 반응도 함께 변화한다.
아니카 이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많은 변화를 경험했으며 모두 두려움과 불안에 웅크리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팬데믹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려는 노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희망과 낙관의 메시지"라며 기계와 공존에 관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머리 위에 바다 생명체 같은 기계들이 무심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처음에는 신기하고 장난감처럼 흥미롭지만 조금 지나면 SF영화 속 외계인의 지구 침공 장면이 떠올라서 으스스해지기도 한다.
작가의 낙관과는 달리 머리 위에서 느리게 유영하는 기계를 쳐다보는 관객은 기계에 감시당하는 인류의 모습 같기도 하다.
'현대 커미션'은 현대차와 테이트 미술관의 장기후원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매년 작가 한 명을 선정해 터바인홀에서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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