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위협속 생계·꿈 위해 일터·학교로 나가는 여성들
여성 운동가들 시위도 지속…"미래 세대위해 위험 감수"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위협 속에도 생계와 꿈을 위해 꿋꿋이 일터와 학교로 나가는 여성들이 있다고 CNN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한 탈레반이 대학에서 남녀를 구분 지어 수업을 듣게 하고 카불시 여성 공무원 출근 금지령을 내리는 등 여성의 대외 활동을 억압하는 가운데 시위를 지속하는 여성 운동가들도 주목받고 있다.
아프간 여성 교사인 아티파 와타냐르는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기 전부터 극심한 불안과 두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와타냐르는 지난 5월 카불 외곽의 사예드 알슈하다 학교 입구에서 그녀의 제자인 10대 여학생들이 테러로 숨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지난 8월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한 뒤 중고등학교에 남학생 등교만 허용하자 그녀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눈을 돌렸다.
그녀는 "이는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테러로 다쳤던 사남 바니아(16)는 "숨진 우리 반 친구 중 1명은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였다"면서 "그녀가 순교했다고 듣고서 나는 복학한 뒤 내 조국을 건설하고 우리의 소원과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바니아는 탈레반이 등교를 금지함에 따라 집에서 교과서를 읽으며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녀는 "탈레반 때문에 내가 현재 이렇게 있으며 내 영혼은 사라지고 꿈도 묻혔다"고 흐느꼈다.
탈레반의 여성에 대한 탄압은 카불 도시 전역에서 볼 수 있다.
탈레반은 여성들에게 직장에서 떠나라고 지시하거나 남성 위주의 정부 구성에 항의하는 여성 단체를 구타하며 위협하고 있다.
이런 위협에도 카불의 여성 운동가들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소수의 여성 시위자들이 탈레반과 맞닥뜨렸다. 이들 여성이 '교육은 인간 정체성', '우리 책은 태우지 말고 학교를 닫지 말라'고 쓴 팻말을 들고 항의하자 갑자기 탈레반의 군용 트럭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이 팻말을 강제로 뺏고 기관총으로 경고 사격을 가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탈레반 정보국 책임자인 마왈라비 나스라툴라는 여성의 시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위 지도자인 사하르 사힐 나비자다는 여러 차례 협박을 받았으나 출국 또는 조직 활동 중단을 모두 거부했다면서 "투쟁을 위해 집을 떠날 때는 모든 것을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죽거나 다칠 수도 있으며 살아서 귀가할 수도 있다"면서 "나 또는 두세 명의 여성들이 죽거나 다친다고 해도 미래 세대를 위한 위험을 감수할 것이며 그들은 우리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성 운동가들은 일상적인 시위가 소규모가 비공개적이지만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카불의 공공장소로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남편의 사망으로 어쩔 수 없이 택시 기사가 됐다는 한 여성은 탈레반 집권 후 운전이 점점 더 어려워졌고 위협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탈레반 검문소가 보이면 경로를 바꿀 것이며 나는 내 아이들을 위해 이 위험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지난 1996∼2001년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은 극단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른 공포 정치로 악명이 높았다.
당시 탈레반은 여학생 등교와 취업을 금지했고, 여성의 공공장소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복장) 착용을 의무화했다. 강도나 절도범의 손발을 자르는 등 공개 처형도 이뤄졌다.
새로 들어선 탈레반 과도정부는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공언과 달리 실제로는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조처를 해왔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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