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출마 전격 철회 두테르테, 딸 대선 출마 시사
여론조사 선두 딸 캠프는 "노코멘트" 부인 안해…복싱 영웅 파키아오와 대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부통령 출마를 전격 철회하고 정계 은퇴까지 선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다바오시 시장인 자신의 딸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임을 시사했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딸이 대통령이 되면 시장직에 이어 대통령직도 부녀가 '바통'을 이어받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현지 방송사인 ABS-CBN 뉴스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딸인 사라 다바오 시장이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3일 보도했다.
이날 발언은 전날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측근인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이뤄진 인터뷰에서 나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부통령 선거 출마를 철회하고, 내년 임기가 끝나면 정계에서도 은퇴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방송에 제공된 영상에서 이 언론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사라 시장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고, 고 상원의원이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다는 의미로 "'사라-고'가 확실한 거냐"고 물었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에 대해 "'사라-고'다"라고 답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딸이 대통령 선거에 후보 등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정말 모른다. 그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 대선에 출마하는 걸 허락했느냐는 질문에도 "우리는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게 더 나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라 시장 측은 "노코멘트"라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부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사라 시장은 필리핀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다바오시 시장직에 재출마하겠다며 전날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직 후보로 등록했다고 해서 사라 시장의 대선 도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다바오시 시장이었던 두테르테 대통령이 막판에 대선전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딸인 사라 시장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등록은 오는 8일까지 해야 하지만, 철회 또는 후보 교체는 이후에도 가능한 것도 이런 변수를 가능케 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사라 시장이 현재 대선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부친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그의 거취는 필리핀 정가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앞서 필리핀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은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전날 가장 먼저 후보 등록을 마쳤다.
필리핀은 내년 5월 선거를 통해 정·부통령을 포함해 1만8천명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과 정부 관료들을 대거 선출한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제이며 대통령과 부통령은 선거를 통해 따로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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