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에 한계"…'화천대유 연루 의혹' 제기에 강경대응 나선 SK
전모 변호사 이어 열린공감TV 3명도 명예훼손으로 고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SK그룹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의 실소유주는 최태원 회장' 등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잇따르자 강경 대응에 나섰다.
화천대유 사건이 내년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그룹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지난달 30일 열린공감TV 강모 기자, 김모 작가, 정모 PD 등 3명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SK는 이들이 지난달 22일부터 수차례 유튜브 방송을 통해 "화천대유의 실소유자는 최태원 회장과 SK그룹", "대장동 의혹 사건은 박근혜+SK 게이트"라고 하는 등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해왔다고 주장했다.
SK는 앞서 지난달 27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글 등을 통해 "화천대유가 유력 정치인 아들에게 지급한 50억원은 최 회장이 준 대가성 뇌물"이라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전모 변호사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SK가 그룹 차원에서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열린공감TV 측의 '허위 보도'가 SNS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이 화천대유 사건에 언급되게 된 계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화천대유에 초기 자금을 댄 투자자문회사 킨앤파트너스에 626억원을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최 이사장은 SK행복나눔재단에서 일했던 박모 킨앤파트너스 대표와의 친분으로 연 10%의 고정이자를 받기로 하고 킨앤파트너스에 돈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은 킨앤파트너스의 100% 자회사인 플레이스포에도 500억원 상당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킨앤파트너스는 최 이사장에게 돈을 빌리면서 화천대유의 계열사인 천화동인4호의 수익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최 이사장 측은 "킨앤파트너스로부터 전반적인 투자 방향을 공유받기는 했으나 화천대유 투자 배경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설명했다.
또 킨앤파트너스가 호텔 사업 등에서 손실을 낸 탓에 약정한 이자를 받지 못한 데다 추후 화천대유로부터 수익이 들어오더라도 원금을 전액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순 투자라는 이 같은 해명에도 불똥은 최 회장과 SK그룹 전반으로 옮겨 붙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화천대유와 곽상도, 박영수를 한 데 묶을 수 있는 유일한 고리는 SK 최 회장의 사면과 수사와 관계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열린민주당 주진형 최고위원도 "곽 의원과 박 전 특검을 공통적으로 엮는 것은 최태원-최서원-박근혜"라며 "이 사업의 배후가 전적으로 최태원 회장이라고 할 순 없지만 단초는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화천대유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SK그룹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허위 내용이 유포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려 옵션투자 위탁금 명목으로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3년 1월 1심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반면 최 회장의 사면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곽상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2∼8월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SK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민정수석을 상대로 사면 로비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열린공감TV 등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허위 사실을 무책임하게 방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내심의 한계를 넘은 만큼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 회장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 역시 SK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분담금 형식으로 출연한 자금 111억원 외에 별도의 출연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SK는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에서 80억원의 추가 출연을 요구받고 협상을 거쳐 30억원으로 액수를 낮췄으나 실제로는 돈을 건네지 않았고 내부 의사 결정도 없었다는 점에서 뇌물 공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SK그룹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인터넷과 SNS 환경에서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지속해서 유포하는 경우 기업과 기업인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향후에도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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