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만연한 유독성 직장"…美 블루오리진 내부 폭로
'베이조스 측근 성희롱 방치' 의혹…여성 직원 몸 만지며 차별 발언
"머스크와 경쟁에 조급해진 베이조스, 로켓 안전 무시"…FAA 조사 검토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미국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의 전·현 직원 21명이 사내에 성희롱과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다고 폭로했다.
블루오리진 커뮤니케이션팀 책임자를 지낸 알렉산드라 에이브럼스와 익명의 전·현 직원은 30일(현지시간) 내부 고발 사이트 라이어네스에 이러한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고 경제 매체 CN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블루오리진을 '유독성(toxic) 직장'으로 묘사하면서 회사가 성희롱과 성차별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폭로 글에 따르면 블루오리진 창업주 베이조스와 최고경영자(CEO) 밥 스미스의 측근인 한 임원은 성희롱 문제가 불거졌으나 승진했고 여성 동료를 더듬는 성추행 행위가 드러나고 나서야 해임됐다.
베이조스와 가까운 다른 전직 임원도 여성 직원들을 '베이비 걸'(baby girl), '베이비 돌'(baby doll), '스위트하트'(sweetheart)라고 부르며 사적인 연애 경험담을 물어봤고 부하 여직원의 몸을 만지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수십 년을 종사한 익명의 여성 고위 직원은 "블루오리진 근무는 내 인생에서 최악의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사내 성희롱 문제 등을 경영진에 전달했던 에이브럼스는 2018년 해고됐다.
그는 경영진이 자신을 불신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보복성 인사 조처였다고 주장했다.
블루오리진 전·현 직원들은 우주 관광·탐사 목적으로 개발한 '뉴 셰퍼드' 로켓의 안전 문제도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영진이 로켓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기술직 직원을 쫓아내거나 돈으로 회유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이 우주 산업 경쟁에서 앞서 나가자 베이조스는 조급해했고 로켓 품질보다 속도와 비용 절감을 우선하는 의사 결정이 내려졌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어 "경영진 회의에선 '머스크와 브랜슨이 언제 우주로 직접 날아가느냐'는 질문이 흔하게 나왔다"며 "다른 억만장자와 펼치는 경쟁이 안전 문제보다 우선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베이조스가 직접 우주 관광에 나섰을 때는 "많은 사람이 압도적인 불안감 속에서 (로켓 발사를) 지켜봤고 일부는 차마 볼 수가 없었다"라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블루오리진 직원들의 폭로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에이브럼스는 WP와 인터뷰에서 "블루오리진에서 상당한 트라우마를 겪었고 나는 그런 경험을 가진 직원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블루오리진은 성명을 내고 "회사는 어떤 종류의 차별과 괴롭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며 사내 성희롱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켓 안전 문제를 무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침묵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성명을 내고 "모든 안전 문제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블루오리진 직원들의 폭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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