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 만난 伊총리 "'블라블라' 비판 맞지만 설득 노력도 필요"
툰베리 비판에 부드럽게 응수…"G20서 '1.5℃ 준수' 합의 원해"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기후변화 대응에서 이러쿵저러쿵(blah blah)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해'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가 기후변화 이슈와 관련한 세계 정상들의 공허한 '말잔치'를 지적한 데 대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재치 있게 응수했다.
공영방송 라이(Rai)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라기 총리는 30일(현지시간) 밀라노에서 진행 중인 '청년기후정상회의'(Youth4Climate summit)에 참석하기 전 툰베리를 비롯한 청년 환경운동가 대표자 4명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난 28일 툰베리가 내놓은 '뼈 있는' 비판을 화두로 꺼냈다.
툰베리는 당시 연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주요 정상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한답시고 행동은 하지 않고 공허한 말만 남발한다고 일갈했다.
툰베리는 당시 '블라블라'라고 조롱하는 표현도 여러 차례 써 참석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드라기 총리는 툰베리의 지적을 상기시키며 "일단 우리가 '블라블라'하는 것에 대해 한마디 하자"고 언급한 뒤 "이는 때때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우리 무능력을 감추기 위한 방편"이라고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다만, "행동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어느 정도는 유용하다. 기온 상승 1.5℃ 이내 억제, 배출가스 제로 등이 그냥 인위적으로 창조된 게 아니라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행동에 나서지 않고 말만 한다는 툰베리의 비판을 수용하면서도 지속해서 말로 설득하는 작업 역시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드라기 총리는 이어 "내가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도 있고 여기 있는 진짜 행동가들에 의해 수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세계 지도자들 모두 서둘러 행동할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리는 이날 청소년기후정상회의 공식 연설을 통해 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를 핵심 의제로 논의할 것이며 여기서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G20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 배출가스의 75%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묶어둘 필요성에 대한 G20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목표에 맞는 장기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억제하고, 나아가 1.5℃를 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더 과감한 액션 플랜이 없다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많이 나온다.
이탈리아는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내달 30∼31일 예정된 로마 회의를 주관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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