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헝가리 가스 계약 불만 우크라에 "간섭할 권리 없어"
헝가리-우크라, 각각 주재 대사들 초치하며 외교적 갈등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러시아 크렘린궁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최근 자국과 헝가리 간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비판한 데 대해 누구도 계약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며 반박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헝가리와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사이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이 "헝가리에 예측 가능하며 정기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해 헝가리로 가스를 공급하는 새로운 계약이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다"며 국제 무역 규범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그 어떤 나라도 러시아와 헝가리 사이의 계약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헝가리는 지난 27일 가스프롬과 새로운 장기 가스 공급 협정을 맺었다.
이번에 계약한 공급량은 헝가리의 연 가스 수요량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45억㎥로, 러시아가 2년 전 새로 건설한 '터키 스트림'이 이용될 예정이다.
러시아와 터키를 연결하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경유 유럽행 가스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건설된 대체 파이프라인이다.
지난 7월 헝가리까지 잇는 노선이 완공됐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자국 경유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데 따른 거액의 통행료를 챙겨왔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27일 "러시아 가스프롬과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가스 수입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헝가리의 결정에 놀라고 실망했다"면서 노골적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헝가리는 "에너지 안전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안보와 주권, 경제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주택을 정치적 성명으로 데울 수는 없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헝가리가 부다페스트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외교적으로 항의하자, 우크라이나 역시 자국 주재 헝가리 대사를 불러 맞대응했다.
헝가리와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공급 건 외에도 그간 소수 민족의 언어 사용 권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2017년 학교에서 헝가리어를 비롯한 소수 민족의 언어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서부에는 약 15만 명의 헝가리인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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