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前 키신저?…"월가 거물, 中지도부 극비회동…막후 채널"
홍콩매체 "8월말 베이징서 한정 만나 신장·기후변화·대화재개 논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월가의 거물이 지난달 말 극비리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최고지도부 중 한명인 한정(韓正) 부총리와 회동했다고 홍콩매체가 보도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으로 현재 광산업체 배릭골드의 이사회 의장인 존 손튼이 최근 미중 간 교류의 비공식적 채널로서 6주 일정으로 중국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손튼 의장은 현재 '중미 금융 라운드테이블'(CUFR)의 공동의장도 맡고 있다. 중국 칭화대 방문교수를 지냈으며, 과거 중국 주재 미국대사로 거론되기도 했다.
신문은 그가 3주간 상하이에 머물렀고, 8월 말에는 베이징에서 한정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와 회동했으며, 이후 1주간 신장(新疆)을 여행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면서 손튼 의장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1년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양국 관계 개선의 길을 열었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처럼 강력한 막후채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국 수도에서 중국 관리를 면담한 외국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손튼 의장이 한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관리들을 만나 미중 고위급 간 메시지와 정책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손튼 의장과 한 부총리 면담의 핵심 의제는 기후변화와 신장, 미중 공식대화 재개 전망 등이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손튼의 방문은 키신저의 극비 방중과 성격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부총리는 손튼 의장에게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신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또한 양국은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이 중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하는 상호 존중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부총리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대중(對中) 강경책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등에서 협력을 추구하는 두 갈래 접근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손튼 의장은 방중과 관련해 미중 관계에 깊이 관여한 한 백악관 관리와 상의했으며, 해당 관리는 자칫 미국이 중국의 탄압 정책을 지지하는 듯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손튼의 신장 방문 계획을 최소 두 차례에 걸쳐 반대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한 부총리는 손튼 의장의 신장 방문을 환영하면서 "신장에서 본 것을 미국 의회에 알려야한다"면서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자신들의 전쟁은 테러 대응 노력이라고 하면서 중국의 테러 대응 노력은 인권 탄압으로 보는 이중 잣대에 대해 재고해야한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손튼 의장의 방중에서 화웨이(華爲)의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 석방 문제가 논의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SCMP는 "백악관은 최근 몇 개월간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해왔지만, 중국 관리들은 연말까지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미국이 먼저 중국의 일부 핵심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중 한가지가 멍완저우의 석방인데 해당 사안의 깜짝 전개로 멍완저우가 지난 25일 귀국했다"고 설명했다.
손튼 의장은 베이징에서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사무 특사도 면담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8월 31일~ 9월 3일 일정으로 톈진을 찾기 전이자, 케리 특사는 대부분의 중국 관리를 화상으로 면담한 것과 비교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손튼 의장은 한 부총리에게 케리 특사가 기후 문제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 전반과 관련한 특사인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전달했고, 이에 한 부총리는 기후 대응과 관련한 미국의 약속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중국이 곧 해외 석탄발전 지원 중단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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