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거인단 선거, 유권자도 '애국심'에 투표
유권자 97% 축소 속 투표율 90%
"전문성보다 정치적 배경 고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원칙으로 선거제를 개편한 후 홍콩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선거에서 후보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애국심'이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9일 실시된 홍콩 선거인단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의 전문성보다는 애국심과 정치적 배경을 최우선 판단 근거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1천500명 정원인 선거인단은 5개 분야, 40개 직군으로 구성된다.
선거는 분야별 간접선거로 진행되며,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출마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선거 출마자 중 야권 후보는 단 2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친정부·친중진영 후보였다.
SCMP는 "이번 선거인단 선거의 모든 출마자는 애국심을 사전에 검증받아야 했지만 유권자들도 다른 이들보다 더 애국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도 출마자의 전문성과 해당 분야 이력보다는 애국심과 정치적 배경을 최우선 판단 요소로 삼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정치 분석가 데릭 연은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가지는 한 선거인단 구성원은 관련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충실한 애국자로서의 이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선거제 개편 후 첫 선거이자 권한이 막강해진 선거인단을 뽑는 것으로, 중국 정부는 선거인단 구성에 있어 어떤 문제도 없도록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선전대 홍콩마카오 기본법연구센터 쑹시오충 교수도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의 관련분야 전문성보다 정치적 배경이 중요시됐다며 "이는 향후 해결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90%를 기록했다.
이는 선거 규모 자체가 작았던 데다 유권자 수도 대폭 축소되는 등 선거 자체가 여러 면에서 사전에 조율된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후보 등록 마감 결과 40개 분야 중 사회복지·노동·교육·의료 등 13개만 선출직 자리보다 등록 후보가 많았다. 나머지 27개 분야는 선출직 자리와 등록 후보 수가 일치하거나 오히려 후보가 적었다.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 통과 전망이 낮은 야권 후보들이 출마하지 않고 친중 진영에서는 후보자를 조율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 결과 13개 분야 364석을 놓고 412명이 겨루는 '작은 선거'가 치러졌다.
여기에 선거제 개편 이후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60여 개의 선거 규정을 변경하면서 선거인단 유권자 수를 2016년의 24만6천440명에서 97%나 줄인 7천971명으로 정했다.
과거 선거인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주로 야권을 지지했던 개인 유권자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친중 진영 조직과 분야를 대표하는 단체(기업) 유권자 위주로 개편한 것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선임 강사는 앞서 홍콩 명보에 "선거인단 투표율이 높게 나온다고 해도 국제 사회가 선거의 대표성과 결과를 신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거인단은 홍콩 행정장관을 뽑고 입법회(의회) 의원 40명을 선정하며, 모든 입법회 선거 출마자를 고른다.
홍콩은 오는 12월 입법회 선거, 내년 3월 행정장관 선거를 치른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