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계 소국 산마리노 낙태 합법화하나…26일 국민투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 둘러싸인 초미니 내륙국가 산마리노에서 26일(현지시간) 낙태의 제한적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실시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인구 3만3천 명의 97%가 가톨릭 신자로 분류되는 산마리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낙태를 금지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865년 발효된 낙태 금지법이 그 중심에 있다.
산마리노의 낙태금지법에 따르면 낙태 시술로 태아를 떼어내는 여성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낙태의 제한적 허용에 찬성하느냐를 묻는다.
국민투표가 가결되면 임신 12주 이내에 한해 낙태가 허용되며, 그 이후에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아기가 심각한 기형임이 확인될 때만 낙태할 수 있다.
엄격한 법 규정과 무거운 처벌 때문에 낙태를 희망하는 산마리노 여성들은 통상 이웃 나라인 이탈리아로 넘어가 자비(약 1천500 유로·208만 원)로 시술을 받아왔다. 세계 가톨릭의 중심축인 이탈리아는 1978년 일찌감치 낙태를 합법화했다.
산마리노에서도 과거 낙태 합법화를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3년 의회에 제출된 낙태 합법화 관련 법안이 반대 16표, 찬성 2표로 부결된 것이다.
이후 18년 만에, 이번에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 합법화에 대한 국민의 뜻을 직접 물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현지 여성 권리보호단체인 '여성 연합'이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는 시민 3천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의회에 제출하면서 성사됐다. 산마리노에서는 특정 안건에 대해 1천 명 이상의 서명만 받으면 국민투표가 가능하다.
이번 국민투표는 특히 미국 텍사스주에서 임신 6주 이상 여성의 낙태를 불허하는 낙태 금지법이 이달 1일 발효되면서 논란이 이는 가운데 실시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는다고 외신은 전했다.
유럽은 임신부가 요구하거나 혹은 임신부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체로 낙태를 허용하는 추세다.
2018년에는 보수적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도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를 수용하면서 낙태 합법화 국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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