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속 이란의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의미는
이란, 인접국 교역 확대 기대…실질적 효과 제한적 시각도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식 회원국이 됐다.
이란은 미국과 서방의 대이란 고립 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하고 인접 국가와 교역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란이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 제재 속에서 실질적으로 주목할만한 경제적 이득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각료 회의에서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이 된 것과 관련해 "외교적 성공이며 전략적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외무부는 물론 모든 정부 부처가 이란 경제 활성화와 번영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원국들과 자원·경제 인프라 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며 교역도 증가해 이란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6∼17일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고 제재에 대항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촉구했다.
SCO는 세계 인구의 44%에 달하는 인구 31억 명의 거대 지역협의체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달하며 핵보유국만도 4개국에 이른다.
이란은 2005년부터 SCO 정상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회원국과의 경제 교류 확대에 공을 들였다.
정상회의에서 이란과 타지키스탄은 8개 협정을 맺고 양국의 연간 무역 목표액을 현재보다 10배가량 많은 5억 달러(약 6천억 원)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같은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기대와는 달리 SCO 가입의 주된 효과는 경제적 이득보다 외교 분야에 국한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는 한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이란 경제에 SCO가 주는 효과는 제한될 것이라는 얘기다.
니콜 그라제스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벨퍼센터 연구원은 "SCO로부터의 경제적 이익은 미미하다"면서 "이 기구는 지정학적 성격의 안보 기구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중국·러시아와 이란의 교역량도 지난 수십년간 크지 않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이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대체하는 국제 금융거래망을 구축하는 것은 아직 먼 미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CO 가입은 분명 이란에게 인접 국가와의 긴밀한 대화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지만, 이는 이미 옵서버 국가로서도 누려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헤란 소재 중동전략연구센터의 압바스 아슬라니 연구원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이란은 SCO 가입으로 경제적 이득을 노리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는 이란의 교역 확대 가능성을 막는 장애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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