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사흘 총선 시작…야권 존재감 부재 속 여당 승리 전망(종합)
코로나로 17~19일 투표…투옥 야권지도자 나발니 세력 무력화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유철종 김형우 특파원 =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 선출을 위한 사흘간의 총선이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전역에서 시작됐다.
타스·AP 통신 등에 따르면 총선은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캄차카주(州)와 추코트카주 등 극동 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으며, 뒤이어 시베리아, 우랄지역과 수도 모스크바, 서부 지역 등의 투표소가 시간대별로 차례로 문을 열었다.
세계 최대 영토를 가진 러시아는 동서 영토의 길이가 7천km가 넘어 전국이 11개 시간대에 걸쳐 있다.
투표는 지역별 시간으로 오전 8시 시작해 저녁 8시 마감한다.
전국에 차려진 9만6천여개 투표소에서 약 1억1천만 명의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일부 투표소는 감염자 전문 치료병원에 차려지기도 했다.
해외 144개국 348개 투표소에서도 투표가 진행된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과거 하루에 진행되던 투표가 오는 19일까지 사흘로 연장됐다.
모스크바, 세바스토폴(크림반도), 니줴고로드주(州) 등 7개 지역에선 원격 온라인 투표도 실시된다.
러시아 하원은 5년 임기의 의원 450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절반인 225명은 지역구별 의원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지역구제로 선출된다.
나머지 225명은 정당에 대한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각 정당이 득표한 비율에 따라 일정 수의 의석을 배분받는 비례대표 정당명부제로 뽑힌다.
이번 총선엔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공산당, 자유민주당, 정의 러시아당 등 기존 원내 진출 정당을 포함해 14개 정당이 참여했다.
의석을 배정받기 위해 정당은 최저 득표율 5% 선을 넘겨야 한다.
강력한 야권 세력의 부재 속에서 대다수 전문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통합러시아당이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무난히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합러시아당이 42~46%, 공산당이 17~19%, 자유민주당이 11~13%, 정의 러시아당이 7~9%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6년 선거에서 통합러시아당은 54.2%의 높은 정당 지지율로 독자적으로 헌법 개정을 성사시킬 수 있는 개헌선(3분의 2 의석)을 크게 웃도는 343석을 확보했었다.
통합러시아당이 개헌선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해야만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 역시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어 여당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국민투표를 통해 2000년 집권한 푸틴 대통령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30년 이상 초장기 집권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헌안을 채택했다.
지난 3월 러시아 하원은 이 같은 개헌 내용을 추인하는 대통령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크렘린궁과 일정한 공조 관계를 맺고 있는 제도권 야당 외에 반정부 성향의 재야 야권이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사기죄 유죄 판결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그가 이끌던 단체들은 당국에 의해 극단주의 불법 조직으로 지정돼 모든 활동이 금지됐다.
나발니 측근들을 포함한 일부 야권 인사들은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된 나발니 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이 거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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