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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몰린 중소기업, 대기업과 양극화 갈수록 심화
서비스업 포함 비(非)제조 중소기업 부채비율 134%…코로나 타격 집중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올해 들어 빠른 경기 회복과 수출 활황으로 대기업은 훨훨 날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부채비율이 낮아졌으나 중소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빚에 의존하면서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정부는 코로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정책 자금 확대 등의 금융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경영 안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고질적 과당 경쟁에 원재료 가격 급등, 노동비용 증가 등 구조적 문제가 중첩돼 고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 빚더미에 몰린 중소기업…대기업과 양극화 심화
17일 한국은행 매월 발표하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에서 개인사업자(자영업자)를 뺀 순수 중소기업(법인)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452조5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3%(42조3천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이 2조6천억원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이 기간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진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이 10.8%임을 감안하면 일반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1∼8월 은행권 대출은 8%(33조9천억원) 불어났다. 이는 대기업 대출 증가율 2.2%는 물론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 7.0%를 상회한다.
여기에 대출 조건이 나쁜 제2금융권 대출을 포함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3월 말 현재 법인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55조원이었다. 이 중 은행권 대출액은 65.7%(430조8천억원), 나머지 34.3%(224조2천억원)는 비은행권 대출이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205조7천억원)에서 비은행권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5.8%였던 것과 비교하면 중소기업의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배 이상 높다.
한은 기업경영분석에 의하면 올해 2분기 대기업 부채비율은 79.98%로 코로나의 영향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작년 1분기의 83.56%보다도 낮아졌다.
하지만 중소기업 부채비율은 112.92%로 작년 1분기(109.65%)보다 높고, 특히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이 포함된 비제조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은 134.69%로 작년 1분기(116.37%)보다 크게 치솟았다. 제조 중소기업 부채비율은 95.45%로 작년 1분기(104.37%)보다 낮아졌다.
이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제조 중소기업보다 비제조 중소기업에 코로나의 타격이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비제조 중소기업에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운수업, 전기가스업 등이 포함돼 있다.
◇ 비제조 중소기업 경영난 장기화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9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는 78.0으로 전월보다는 4.4포인트, 작년 같은 달보다는 10.1포인트 높았다. 제조 중소기업은 83.1로 전월보다 2.5포인트, 작년 동월보다 8.0포인트 상승했고, 비제조 중소기업은 75.3으로 전월 대비 5.3포인트, 작년 동월 대비 11.2포인트 올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를 반영했다.
하지만 대면 서비스업인 숙박·음식업(47.9), 교육서비스업(59.8), 부동산 및 임대업(67.7),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68.3)은 여전히 바닥으로 평균을 크게 하회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더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최근 3년간의 같은 달 경기전망지수 평균치와 비교하면 제조업의 경우 원자재 수급을 제외한 경기 전반 업황이나 생산, 내수, 수출, 영업이익, 자금 사정, 설비, 재고, 고용 등 모든 항목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제조업은 정부의 지원으로 자금 사정만 나아졌을뿐 다른 항목은 모두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해가 집중된 대면 서비스업 비중이 큰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제조혁신실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 하청업체나 납품업체가 많아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상승해 경영난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과 7월에 걸쳐 중소기업중앙회가 64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공급원가 평균 상승률은 26.4%라고 응답했다. 이들 기업 중 공급원가를 납품 대금에 모두 반영한 기업은 6.2%에 불과했고,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45.8%, '일부 반영했다'는 47.9%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제조업뿐 아니라 제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 전반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비제조업은 소비의 비대면화 때문에 어렵지만, 제조업이나 비제조업 모두 코로나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이 정상화되지 않아 원재료비 등 원가 상승 압력이 높은데다 노동비용 등 고정비 증가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비용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kim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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