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만에 다시 막올린 브로드웨이…"뉴욕, 뉴욕" 부르며 감격
'코로나 터널' 뚫고 공연 재개…"브로드웨이가 돌아올 때 뉴욕이 돌아오는 것"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난 뉴욕, 뉴욕의 일부가 되고 싶어요."
14일(현지시간) 오후 4시께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리처드로저스 극장 정문 앞에서 프랭크 시내트라의 올드팝 '뉴욕, 뉴욕'이 울려 퍼졌다.
유명 뮤지컬 '해밀턴'의 창작자 린마누엘 미란다의 지휘로 펼쳐진 거리 공연에 시민들은 감격에 겨운 듯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스마트폰 카메라에 공연자들의 모습을 담기 바빴고, 취재진도 장사진을 쳤다.
이들합창은 18개월 만에 이 극장 무대에 오르는 '해밀턴'을 비롯한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귀환을 알리는 사전 축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미국에서 맨 먼저 뉴욕을 덮치면서 지난해 3월 12일 극장가의 불이 일제히 꺼진 지 1년 반 만의 본격적인 공연 재개다.
역사상 가장 긴 '셧다운'이라는 암흑기를 통과한 브로드웨이에서 이날 저녁 다시 막을 올린 공연은 '해밀턴'을 포함해 '라이언킹', '위키드', '시카고' 등 모두 4편이다.
해당 뮤지컬이 상연되는 극장들 앞에는 관객은 물론 구경꾼까지 몰리면서 경찰관들이 나와 교통을 통제했다.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할인티켓 판매소인 'TKTS 부스'도 공연 재개에 발맞춰 역시 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미리 기다려 줄을 선 뮤지컬 팬들이 첫 티켓을 구매하자 주변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 시민은 "(원하는 공연의) 오늘내일 티켓이 전부 다 매진됐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타임스스퀘어 계단에는 '브로드웨이가 돌아왔다'는 환영 문구가 붙었고, '시카고' 리바이벌 버전의 25주년을 축하하는 광고도 걸렸다.
코로나19 사태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뉴욕에서 브로드웨이의 재개장은 가장 의미있는 이정표 중 하나다.
브로드웨이는 뉴욕을 대표하는 상징일뿐 아니라, 대유행 전까지 9만7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거대 산업이기 때문이다. CBS방송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에만 1천400만 명이 티켓 구매에 20억 달러(약 2조3천500억원)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여러분이 뉴욕시에 대해 떠올리는 것은 바로 예술과 문화의 수도라는 사실"이라며 "브로드웨이가 정상 운영될 때 이 도시의 삶이 비로소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제작자와 극장주 협회인 '브로드웨이리그'의 샬럿 세인트마틴 회장도 "브로드웨이가 돌아올 때 뉴욕이 돌아오는 것"이라며 이에 동조했다.
다시 문을 연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는 코로나19가 남긴 상흔도 여전했다.
관객들은 보건 지침에 따라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고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백신을 맞을 수 없는 12세 미만 어린이 관객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보여줘야 했다.
브라질에서 온 관광객 아나 페헤이레는 AP통신에 "약간 불편한 기분이지만,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는다면 기분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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