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혈중 지질과 관련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운동신경 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치명적인 질환인 루게릭병(ALS: 근 위축성 측삭경화증)이 혈중 지질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루게릭병은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로 점차 소실되면서 근력 약화와 근육 위축으로 언어장애, 사지 무력, 체중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다가 결국 호흡 기능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완치 방법은 없다. 현재의 치료법은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위축된 근육 기능을 유지 또는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의대의 알렉산더 톰프슨 임상 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이 50만2천409명(39~72세)을 대상으로 평균 11.9년 동안 진행된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4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각종 지질과 루게릭병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총 콜레스테롤(total cholesterol), 지단백 A1과 B(apoA1, apoB), 중성지방 그리고 당화혈색소(A1c)와 신장 기능 손상 표지인 크레아티닌의 혈중 수치였다.
분석 결과 HDL 콜레스테롤과 apoA1의 혈중 수치가 높으면 루게릭병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LDL 콜레스테롤과 apoB의 혈중 수치가 낮아도 루게릭병 위험은 낮았다.
그러나 루게릭병으로 진단되기 오래 전에는 LDL 콜레스테롤과 apoB 수치가 높다가 진단 시점에 가까워지면서 낮아졌다.
그러나 HDL 콜레스테롤과 apoA1 수치는 이러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총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의 비율이 클수록 루게릭병 위험은 높아졌다.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치료제 복용, 흡연, 혈관질환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지만 이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연구자들은 루게릭병과 관련된 생물표지(biomarker)를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다.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진단하고 예방 치료를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다.
루게릭병이란 명칭은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루 게릭이 38세의 젊은 나이로 이 병에 걸려 사망하자 그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신경과학 전문지 '신경학·신경외과학·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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