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서 심폐소생술 배운다…서울아산병원, VR 교육 도입
마네킹 센서 통해 압박 깊이 등 실시간 표시…AI 강사가 일대일 피드백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가상현실(VR) 속 높은 빌딩이 즐비한 길거리에서 갑자기 행인이 쓰러진다. '환자 의식을 확인하세요' 인공지능(AI) 강사가 옆에서 알려준다. 의식과 호흡이 없는 심정지 환자로 판단하고 가슴압박을 시작한다.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진 순간 AI 강사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한다. 이때 한 행인이 건네준 자동제세동기로 전기충격 후 가슴압박을 재개하자 환자가 깨어난다. '살았다' 주변의 박수 소리와 함께 VR 화면이 종료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대면 생활 양식이 보편화되면서 사회 곳곳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의료현장에는 VR 기술에 기반한 심폐소생술 교육이 등장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감염병 유행으로 대면 교육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국내 의료기관 중 최초로 VR 기술을 활용한 심폐소생술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14일 밝혔다.
한 명씩 VR 헤드셋을 착용한 뒤 화면 속 AI 강사에 일대일로 설명을 듣는 식으로 VR 심폐소생술을 교육받는다.
학습자는 VR 속에서 AI 강사와 눈을 마주치며 ▲ 의식 확인 ▲ 도움 요청 ▲ 호흡 확인 ▲ 가슴 압박 ▲ 자동제세동기 사용 등 심폐소생술 방법을 안내받는다.
실습 중에 집중하지 않거나 행인에게 눈을 맞추지 않은 상태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어깨를 충분히 두드리지 않는 등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AI 강사가 바로 지적하게 돼 있다.
마네킹에는 정밀센서가 장착돼 있어 가슴압박 깊이와 속도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된다. 학습자는 이 결과를 확인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즉시 교정할 수 있다. 합격할 때까지 반복 학습도 가능하다.
홍상범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 소장(호흡기내과 교수)은 "VR 기술을 활용하면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실제와 유사한 환자 경험을 반복 체험할 수 있다"며 "직원의 응급대처 능력을 높여 환자의 생명을 지킬 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의 안전까지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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