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행성 과거 밝혀줄 암석 제대로 골라…코어 시료 추가 채취
현무암·소금 성분 등 기대 모아, 고대 물 상당히 오래 존재한 흔적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첫 시료를 채취한 암석을 제대로 골라 화성의 과거를 밝히고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퍼서비어런스는 '로셰트'(Rochette)라는 이름을 붙인 이 암석에서 지난 6일 새끼손가락 크기의 코어 시료를 채취한 데 이어 과학적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틀 뒤 바로 옆에 다시 구멍을 뚫고 추가 시료를 확보했다.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도 하기 전에 벌써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로셰트는 우선 현무암으로 용암이 흐르다 굳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산암의 광물 결정은 방사성 연대 측정을 통해 형성 시기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이를 통해 예제로 크레이터의 형성 시기를 밝혀낼 수 있다.
또 암석에서 소금 성분이 있는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물이 흐르면서 암석 내 원래 광물을 변형시키거나 물이 증발하면서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며, '몽드니에'(Montdenier)와 '몽타냑'(Montagnac)으로 각각 명명된 1, 2차 코어 시료에 고대 물의 미세한 방울이 갇혀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퍼서비어런스 과학자들은 로셰트는 물론 너무 물러 코어 시료 채취에 실패한 암석에서 나타난 변형 정도는 지상의 물이 상당 기간 존재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의 지구화학 교수인 퍼서비어런스 프로젝트 과학자 켄 팔리 박사는 "이 암석들은 잠재적으로 서식 가능한 지속적 환경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물이 이 지역에 오랫동안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예제로 크레이터가 한때 물에 잠겼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물이 유지됐는지에 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특히 소행성이나 운석이 떨어져 생긴 충돌구에 홍수로 물이 흘러들었다가 수십 년 만에 말라 버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이번에 확인된 것만으로는 암석에 변화를 가져온 물이 수만 년 또는 수백만 년 존재했는지까지 알 수는 없지만, 과거에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래 유지됐다는 점에 대해 더 많은 확신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자들은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시료를 2030년께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하면 암석 속 광물이 나타내는 형성 시점과 환경 조건을 파악해 화성의 물의 역사와 안정성 등에 관한 큰 그림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호는 채취된 암석과 토양 시료를 티타늄 관에 넣어 밀봉한 뒤 자체 보관함에 넣어 싣고다니다 적당한 곳에 떨구게 되며, 이는 추후 발사될 다른 우주선이 지구로 가져오게 된다.
퍼서비어런스는 현재 위치에서 서쪽으로 약 200m를 이동해 사구와 바위, 암석조각이 널려있는 능선인 '사우스 세이타'(South Seitah)에서 시료 채취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내달 초부터 지구와 화성 사이에 태양이 위치하는 바람에 몇 주간 교신이 원활하지 않아 모든 화성 탐사가 중단되는데, 이 시기가 끝난 이후에나 시료 채취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로셰트는 예제로 크레이터 바닥에서 형성 시기가 가장 늦은 암석 중 하나인 것으로 추정되며 사우스 세이타의 암석은 이보다 더 오래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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