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국내 최초 안과질환 유전자치료제 투여 성공
20대 유전성 환자에 노바티스 '럭스터나' 수술적 투여로 시력개선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삼성서울병원은 20대 유전성 망막변이 환자에 안과 분야에서 세계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인 '럭스터나'의 수술적 투여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국내에서 럭스터나의 투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럭스터나는 '레버선천흑암시'와 '망막색소변성'을 유발하는 여러 유전자 중 RPE65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성망막변성 치료제다. RPE65 정상 유전자를 복제한 뒤 환자 망막에 투여하여 변이 유전자 대신 정상 유전자가 작동하게 하는 유전자 치료제다.
정상 수준의 시력을 회복할 수는 없어도 영구적인 시력 상실을 막고, 빛 감지 능력을 높이는 등 시각 기능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았다.
레베선천흑암시는 망막의 유전자 변이로 인해 시세포의 기능이 저하돼 시력 저하, 야맹증, 안진(눈떨림)이 발생하는 질환을 칭한다. 빛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밝은 곳에서도 어둠 속에 등불 하나 켠 수준의 빛만 감지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는 10만명 중 2∼3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희귀 유전질환인 레버선천흑암시로 진단된 20대 장미지 씨에 지난 7월 13일 럭스터나를 투여하는 수술을 마쳤다. 이 약물은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해 망막과 망막 아래 망막색소상피세포층 사이에 공간을 만든 뒤 투여해야 한다. 수술 일주일 뒤 반대편 눈에도 성공적으로 약물을 투여했다.
이 환자는 생후 5개월 저시력증을 진단받은 뒤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레버선천흑암시로 확인됐다. 수술 전에는 시각 기능이 이미 크게 떨어져 수년 내 영구적으로 시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컸다. 극심한 야맹증으로 해가 진 뒤에는 바깥 출입을 아예 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수술 후 시력도 좋아지고 시야도 넓어졌으며, 특히 빛을 감지하는 시각 기능이 크게 개선됐다. 해가 진 뒤 한 시간 정도 후의 밝기를 설정해 검사한 결과 환자 스스로 바닥의 화살표를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는 "세상이 이렇게 환한 줄 미처 몰랐다"며 "평소 영화관을 가고 싶었지만 용기 내지 못했는데 혼자서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진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아직은 한 가지 유전자에 대한 치료제만 나와 있지만 수년 내 여러 유전자 치료제들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정책적 배려가 더해진다면 환자들에겐 말 그대로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