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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 회장, 국제중재 사실상 승리 평가…투자자 대응은
어피너티, ICC 통한 풋옵션 이행시도 무산…추가 소송 등 검토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 어피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과 국제중재에서 사실상 승리함에 따라 어피너티의 후속 대응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7일 국제중재 전문 매체 '글로벌 아비트레이션 리뷰'(GAR) 보도에 따르면 전날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부는 신 회장과 어피너티의 풋옵션 계약이 유효하며 신 회장이 계약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어피너티가 제출한 풋옵션 가격으로 신 회장이 주식을 매수하라고 주문하지는 않았다.
GAR는 "ICC 중재법정은 어느 한쪽이 주식가치 평가기관을 선정하지 않았을 때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계약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며 "ICC는 한국 현행법을 따를 때 신 회장에게 어피너티가 제출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라고 명령할 권한이 ICC에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보도했다.
국제중재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ICC가 어피너티의 요구를 받아들여 신 회장에게 41만원에 주식을 매수하라고 주문하더라도 한국법원을 통해 이를 강제할 수 없다면 중재결정이 휴짓조각이 된다"며 "ICC로서는 어피너티의 주장이 옳다고 인정하면서도 ICC의 권위 유지 등 현실을 고려해 신 회장에게 주식 매수를 명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CC 중재는 비공개 단심제로 운영되고, 중재결정의 실질적 이행은 각국 법원의 집행력에 의존한다.
이 전문가는 "중재결정문에는 신 회장이 '패소'(the losing party)했다고 명시됐지만, 신 회장이 41만원에 주식을 매수하지 않아도 되므로 내용상 이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 회장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이 한국 법체계에서 이번 풋옵션 계약의 한계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ICC 중재법정의 결정이 국내에서 진행 중인 어피너티 임원과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회계사의 회계사법 위반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재법원은 딜로이트 안진이 독립성을 상실, 어피너티와 결탁했다는 신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되레 "딜로이트 안진이 가치평가 방법론과 관련, 독립적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어피너티가 입증했다"고 판단했다.
국내 전문가는 이와 관련 "한국 법원의 판결과 국제중재 결정은 이론적으로 서로 무관하다고 해도, 어피너티와 딜로이트 안진이 결탁했다는 신 회장의 주장이 ICC에서 배격된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ICC 중재재판부 결정으로 어피너티가 국제중재 절차를 통해 풋옵션을 이행하려던 시도는 일단 무산됐다. 이에 따라 어피너티가 어떤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양측은 ICC 중재결정이 나온 이튿날인 7일까지도 상대방의 '승소'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번갈아 배포하며 여론전을 벌였다. 향후 계속될 분쟁과 법원에서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 측이 계속 주식가치 평가기관 지정을 거부한다면 풋옵션 가격을 결정할 수 없게 되고, 어피너티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등 다른 기관 투자자들도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장기간 어려워질 수 있다.
어피너티 측 관계자는 "이번 국제중재 결과 신 회장의 주장과 달리 풋옵션 계약이 유효하며, 신 회장이 계약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며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추가 소송 제기 등 다양한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FI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할 때 신 회장이 '백기사'로 끌어들인 투자자들이다.
어피너티는 신 회장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기로 한 약속을 어겨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며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고 그다음 달에 주당 가격 40만9천912원(총 2조122억원)을 제출했다.
신 회장은 당시 어피너티의 풋옵션 행사를 무효라고 주장하며 인정하지 않자 어피너티가 2019년 3월 ICC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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