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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20년] ④ WTC 르포…"단 하루도 잊지 않겠다"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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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20년] ④ WTC 르포…"단 하루도 잊지 않겠다" 다짐
참사현장 인공 우물서 눈물 같은 폭포…'생존자 나무'로 극복 의지
시내 곳곳 "잊지 않겠다" 현수막…뉴욕은 코로나와 새로운 싸움 중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9·11 테러 소식을 전한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헤드라인은 '미국이 공격당했다'(U.S. Attacked)는 단 두 단어였다.
짧은 문장이지만 미국인들이 느낀 충격과 공포, 당혹감이 함축적으로 요약된 제목이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은 물론 세계 최강대국의 심장부에 가까운 국방부 청사까지 무너지고 3천명 가까운 희생자가 나온 현실은 영화 시나리오라고 해도 믿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20년은 상상 이상의 충격과 참담한 기억까지도 흐릿하게 만들기 충분한 세월이지만,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멈추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희생자가 집중된 뉴욕 시내에는 이달 들어 '2001·9·11 20주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고, TV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도 다큐멘터리 등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온다.



공식 사망자만 2천753명에 달하는 WTC 붕괴 현장은 잊지 않으려는 노력의 결정체다.
20주년을 앞둔 지난 5일(현지시간) 찾아가 본 맨해튼 남쪽의 옛 '그라운드 제로' 일대에는 오전부터 마치 희생자들의 눈물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또 날씨와 무관하게 이곳에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눈물이 흐르고 있다. 무너진 2개 빌딩 자리에 그대로 땅을 파서 조성한 거대한 사각형 우물 모양의 '메모리얼 풀'(Memorial Pools)의 모든 내벽에서 9m가 넘는 폭포가 마치 눈물처럼 붕괴 현장의 심연 속으로 흘러내려서다.
두 개의 풀 주위를 둘러싼 검은색 청동 난간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졌다. 시민들은 물론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눈물처럼 쏟아지는 폭포와 함께 그들의 이름을 눈에 담으며 당시의 슬픔과 충격을 되새기게 한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관광객 세라는 "테러 당시엔 어린 나이였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여전히 너무나 생생한 느낌이다. 20년이 지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바로 옆 9·11 추모박물관 벽에 적힌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시구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직접적인 메시지나 다름없다.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단 하루도 당신을 시간의 기억으로부터 지우지 않겠다"는 문장이 바로 그것이다.
무너진 쌍둥이 빌딩을 대신해 들어선 원월드 세계무역센터(WTC) 건물도 옛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WTC 관계자는 "지상에서 건물 옥상까지 높이는 옛 WTC 빌딩과 똑같다"면서 "꼭대기 첨탑까지 높이는 1천776피트(541m)로 미국 독립을 선언한 1776년을 상징한다. 그래서 이 빌딩을 '프리덤 타워'(Freedom Tower)라고도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인, 그중에서도 뉴요커들이 잊지 않으려는 기억은 단지 공포와 슬픔만이 아니다.


추모박물관 뒤편의 '생존자 나무'(Survivor Tree)는 전례 없는 충격을 딛고 일어선 극복의 시간을 잘 보여준다.
2001년 10월 WTC 붕괴 현장에서 불탄 채 발견된 한 그루 배나무는 뿌리가 잘리고 가지들이 떨어져 나간 처참한 상태였으나, 뉴욕시의 보살핌을 거쳐 되살아난 뒤 2010년 추모관 부지로 돌아왔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 나무에는 20주년을 앞두고 "가장 큰 희생을 치른 뉴욕시 소방대원들을 기리며"라는 메시지와 함께 두 개의 화환이 걸렸다.
바버라라는 이름의 자원봉사자는 "이 나무는 9·11과 허리케인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며 "생존과 회복의 상징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시민인 그는 "테러 후 도시가 너무 조용해져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마치 좀비 같았고 모두가 무력함을 느꼈다"고 회고하면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의 슬픔을 간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미국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 공포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으로 다소 퇴색된 느낌이다.
코로나19 초기 진앙으로 9·11의 10배가 넘는 3만4천 명이 사망한 뉴욕시에서는 델타 변이까지 확산한 탓에 노동절 연휴임에도 인기 관광지로 꼽히는 옛 그라운드 제로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매우 뜸했다.
원월드 전망대와 인근 식당들이 입장객들에게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는 모습은 뉴욕이 20년 만에 또 다른 사투를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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