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화학·건설 등 업종 불문 사명 변경…사업 확장 선언도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사명을 바꾸며 간판을 새로 내걸고 있다.
기존에는 주력 사업과 업종을 나타내는 사명을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구체적인 업종 대신 회사의 미래 비전을 담은 새 사명을 내세우며 사업의 확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사명에 영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ESG 경영 의지를 사명에 녹이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전날 사명을 '한화임팩트(Hanwha Impact)'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력 사업인 '화학'을 사명에서 뺀 것으로, 2015년 한화에 인수되면서 기존 삼성종합화학에서 한화종합화학으로 사명을 바꾼 지 6년 만이다.
새 사명에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와 지구에 긍정적인 임팩트(Impact·영향)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겠다'는 비전을 담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앞으로는 기존 화학 사업에 더해 수소, 모빌리티 등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업을 중심으로 '임팩트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등 기존 화학 사업은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수소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와 모빌리티, 융합기술 등 혁신기술에 대한 임팩트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업종인 SK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 SK종합화학도 이달 1일부로 'SK지오센트릭(SK geocentric)'으로 사명을 바꿨다.
새 사명에는 '지구와 환경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사명 변경은 SK종합화학 출범 후 10년 만이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096770]은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회사 정체성을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SK지오센트릭도 사명 변경과 함께 이에 발맞춰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한화종합화학과 SK종합화학 모두 사명에서 화학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지우는 대신 회사가 지향하는 미래 비전 키워드를 활용하고,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한 ESG 경영 기조를 새 사명에 담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기아[000270]는 올해 1월 기존 사명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뗀 '기아'로 새로 출발했다. 사명 변경은 1990년 기아산업에서 기아차로 바꾼 지 31년 만이다.
기아는 사명 변경을 계기로 기존 자동차 제조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와 모빌리티 솔루션, 모빌리티 서비스, 목적 기반 차량(PBV)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송호성 사장은 사명 변경을 의결한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기아차에서 기아로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곧 업(業)의 확장을 의미한다"며 "기아는 이제 차량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혁신적인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SK건설은 '건설업을 넘어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아 올해 5월부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꾸기도 했다.
그 외에도 LG상사는 LX그룹에 편입되면서 올해 7월부로 사명을 'LX인터내셔널'로 바꿨다. 트레이딩 중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더 나아가 친환경·디지털·헬스케어 신사업을 추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를 찾는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확장성이 있는 사명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도 늘면서 앞으로도 사명을 바꾸는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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