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여파속 '조리'도 자동화…미 저임금 일자리 위기
미국서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 분야도 자동화 물결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들이 자동화 투자를 늘리면서 향후 저임금 및 단순직 위주로 고용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은 소비 활성화 추세가 경기를 부양해 일자리 감소 여파가 눈에 띄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저소득층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몰릴 수 있다고 AP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지난해 3~4월 2천2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노동시장이 충격을 크게 받았지만, 이후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면서 침체기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올라온 신규 일자리 공고만 1천만개에 달했고,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기업들의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미국 금융정보업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경제학자는 아직 미국인 상당수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나 육아 문제, 실업 수당 등으로 업무 복귀가 늦어지고 있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기업들이 앞다퉈 사람을 고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일시적인 경기 반등 현상이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효과를 가린 것일 뿐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자동화 물결이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 산업으로 점점 더 빠르게 이동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고용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팬데믹 영향으로 현장에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서비스 분야 기업들이 자동화를 빠르게 추진하는 기류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기업들의 장비 투자는 26% 증가했고, 작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기업 43%가 신기술로 인력을 줄일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최근 미국 샐러드 체인점 스위트그린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스파이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조리 과정까지 자동화에 나섰고, 글로벌 커피 기업 스타벅스는 매장 재고를 추적하는 일을 자동화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학자들은 과거 유행병 상황에서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계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저숙련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로봇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이미 현실이 됐다.
미국은 코로나19 영향 전인 지난해 2월과 비교해 530만개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리디아 부소르는 지난달 사라진 일자리의 40%가 자동화에 취약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취리히대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지난 35년간 이어진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ies)은 자동화에 취약한 일자리 감소로 설명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특히 판매원, 계산원, 병원 조무사 등 중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저학력 여성들에게 타격이 클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이 임금이 더 낮은 일자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레드랜즈대 경제학자인 요하네스 모에니우스는 자동화 추세가 진행되면 이상적으로는 노동자들이 재교육으로 더 나은 작업에 재배치받을 수도 있지만, 현재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는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