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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아이콘 수난기…멕시코, 콜럼버스 치우고 원주민 여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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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아이콘 수난기…멕시코, 콜럼버스 치우고 원주민 여성상
"사회정의 실현" 멕시코시티 중심가 변모
미주 곳곳 철거 바람…인종차별 반대시위로 급물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한복판에 서 있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이 원주민 여성 동상으로 바뀐다.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이 5일(현지시간) 이러한 계획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세인바움 시장은 콜럼버스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면서 '콜럼버스가 미주에 오기 전에도 멕시코 등에 수백 년간 이어진 문명이 있었으나 이를 무시하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보는 유럽의 시각'과 '콜럼버스를 필두로 유럽인들이 미주에 오면서 정복이 시작됐다는 현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콜럼버스 동상을 원주민 여성 동상으로 바꾸는 일이 멕시코에서 역사적인 역할을 해온 원주민 여성에 관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콜럼버스 동상을 시내 적합한 곳에 재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시티 중심부에 자리한 콜럼버스 동상은 1877년 설치됐다.
이 동상은 지난해 10월 보수를 이유로 철거돼 아직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멕시코 당국이 보수작업과 함께 "콜럼버스의 유산을 반영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밝히면서 영구히 철거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콜럼버스의 날'을 즈음해 철거된 점도 이런 추측에 무게를 실었다.
매년 10월 12일인 콜럼버스의 날은 1492년 콜럼버스가 미주를 '신대륙'으로 발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멕시코에서는 이날을 기념하지 않는다.
대신 원주민 문화를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가 연례적으로 열려왔다.
미주 곳곳에 설치된 콜럼버스 동상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이어져 왔다.
콜럼버스와 그의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것은 이전에 미주에 존재한 문명과 이후 유럽의 침략으로 미주가 식민지배를 받은 점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콜럼버스를 기념하지 말자는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州) 캠던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콜럼버스 동상이 철거됐고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선 사람들이 콜럼버스 동상을 끌어내려 불을 지른 뒤 호수에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콜럼버스 이름을 딴 첫 도시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콜롬비아에선 콜럼버스 동상이 여러 번 공격받아 손상돼 철거됐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콜럼버스 동상을 철거하기로 한 시 당국 결정을 두고 소송이 벌어졌고 지난달 법원이 동상을 남겨두라는 판결하기도 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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