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후회담서 합의 못 해…中, 추가 약속 요구 거절"
"中, 미국 압력에 굴복하기보다 자체 계획 따를 것"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존 케리 미국 기후문제 특사의 중국 방문 기간 미중간 고위급 회담에도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4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중 협상에 정통한 한 익명의 소식통이 "미국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전에 더 많은 공약을 하도록 요구했지만 중국은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 압력에 굴복하기보다 자국의 계획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케리 특사는 지난 2일까지 사흘간 중국 톈진(天津)을 방문해 한정(韓正) 부총리를 비롯한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사무 특사와 화상 및 대면으로 만났다.
케리 특사는 중국 측에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결의한 지구온도 상승폭 마지노선 1.5도와 관련해 공개 약속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30년 이전 탄소배출량 정점을 찍기 위한 명확한 기간을 제시하고 해외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자금 조달 중단 등 기후변화 대응 노력 강화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을 위한 자국의 계획과 로드맵이 있는 만큼 미국이 요구하는 대상과 시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또 중국 측은 회담에서 최근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의 강제노동을 근거로 한 미국의 중국 태양광 산업 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중국에 석탄 발전소 지원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중국 태양광 업계를 제재하는 점을 비판했다는 것이다.
또 양 정치국원과 왕 외교부장은 미국 측에 대(對)중국 강경책을 수정하도록 요구했고, 왕 외교부장은 특히 미중관계 악화 시 기후변화 협력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리 특사는 회담이 끝난 뒤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전략 지정학적 무기나 수단이 아니다"라면서 중국 측에 더 많은 조치를 요구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생태환경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고 실용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3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솔직한' 대화는 외교협상에서 양측에 이견이 있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고문 리숴(李碩)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좋은 징조가 아니라고 우려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미국 전문가 루샹(陸翔)은 "중국이 이미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명확한 시간표를 발표한 만큼, 미국이 추가적인 요구를 한다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중국은 자국 이익과 국제사회를 위해 기후변화에 대해 약속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이 스스로 주도하는 것이며, 미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이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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