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저항군 거점 판지시르 점령"…저항군 "거짓말" 일축(종합2보)
탈레반 SNS로 판지시르 함락 선전…저항군 "우리 땅 지키고 있다"
자축 축포에 탈레반 17명 사망…대변인 "허공 사격 그만하라"
(카이로·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김영현 특파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저항군의 마지막 남은 거점인 북부 판지시르 밸리를 점령해 아프간 장악을 마무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탈레반 소식통을 인용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한 탈레반 사령관은 "이제 우리는 아프간 전역을 장악했다. 말썽꾼(저항군)은 패퇴했으며 판지시르는 우리의 통제하에 있다"고 말했다.
일부 탈레반 소셜미디어(SNS) 홍보 계정도 판지시르 함락 소식을 올렸다.
하지만 로이터는 4일 추가 보도를 통해 탈레반은 판지시르 점령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탈레반 소식통도 이날 "판지시르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며 지뢰 제거 등으로 인해 진격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수도 카불에서는 판지시르 함락을 축하하는 총성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
현지 샴사드통신은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이 허공에 총을 쏘며 자축하다가 17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카불 동쪽 낭가르하르주에서도 축포를 쏘는 과정에서 탈레반 대원 14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허공 사격을 중단하고 대신 신에게 감사하라"며 "총알은 민간인을 다치게 할 수 있으니 불필요한 사격은 하지 마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타스 통신은 저항군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저항군 측이 판지시르 함락 보도를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사람들을 겁주기 위해 탈레반이 전파한 루머가 있다. 그들은 여러 방향에서 판지시르 침투를 시도했지만 퇴각했다"고 주장했다.
저항군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 부통령도 톨로 뉴스에 자신이 아프간에서 도망쳤다는 보도는 거짓이라고 밝혔다.
살레 부통령은 BBC와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우리는 탈레반의 침략을 받고 있지만, 우리의 땅을 지키고 있고, 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항 세력의 구심점인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이끄는 아흐마드 마수드는 탈레반의 판지시르 함락 발표에 대해 "파키스탄 매체에 판지시르 함락 소식이 돌고 있다"면서 "이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판지시르는 아프간 북부의 힌두쿠시산맥을 중심으로 형성된 '천혜의 요새'로 꼽힌다.
페르시아어로 '다섯 사자'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소련 등 외세 침략기에도 점령되지 않은 곳이다.
탈레반은 파슈툰족을 기반으로 하지만, 판지시르 주민은 대부분 타지크족이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카불에 입성하면서 아프간을 사실상 장악하자 저항 세력은 이곳으로 모여 항전을 준비해왔다.
탈레반은 투항하지 않는 저항군을 제압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판지시르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했다.
이후 탈레반과 저항군은 서로 상대측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주장을 현지 언론 등에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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