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깜짝발표' 베이징증권거래소, 중소혁신기업 위주
기존 장외시장 신삼판 '업그레이드' 나스닥처럼…"상하이·선전과 상호 연계"
유망 기술기업 미국 대신 안방서 상장 권장 메시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일 밤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개막식 축사를 통해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을 '깜짝 발표'한 가운데 향후 베이징증권거래소가 기존의 상하이·선전 양대 증권거래소와 어떤 차별점을 갖게 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증권거래소가 혁신 중소기업 위주로 운영될 것이라는 큰 방향을 제시했다.
시 주석은 전날 "우리는 계속 중소기업의 혁신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며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을 통해 서비스 혁신형 중소기업의 주 진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발표 직후 주무 부처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보다 상세한 계획을 내놓았다.
베이징증권거래소는 2013년부터 베이징에서 운영되던 장외 창업 기업 전용 주식 거래소인 신삼판(新三板)의 우수 기업들을 기반으로 출범한다.
증감회는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은 새로운 정세 하에서 자본시장 개혁 전면적으로 심화하는 중대 조치로서 국가 혁신 전략 실천을 위한 것"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증감회는 베이징증권거래소가 서비스 혁신형 중소기업 중심 증시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체성을 고수하는 가운데 상하이·베이징증권거래소 간의 이전 상장 등 상호 연계 기능도 잘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기존의 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를 실적이 검증된 대형 기업 위주의 '메이저 리그'로, 베이징증권거래소를 기존 증시 상장 기준에는 완전히 부합하지 않지만 미국의 나스닥(NASDAQ)처럼 사업성이 우수한 혁신 중소기업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마이너 리그'로 운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본토의 상하이와 선전 증시 외에 중국의 영향권 안에 있는 홍콩 증시도 존재한다. 다만 홍콩 증시에는 주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메이퇀, 콰이서우, 샤오미처럼 이미 성숙 단계의 '대어' 위주로 상장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그간 꾸준히 혁신 기업들이 자국 자본시장에서 더 손쉽게 자금에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왔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2019년 7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과학기술혁신판(중국명 커촹반<科創板>·영어명 STAR MARKET)을 추가로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은 중국이 근래 세계 자본시장에 준 거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발표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 당국이 빅테크 단속을 강화하고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뒤흔든 새 데이터 보안법과 반외국제재법을 도입한 가운데 이번 계획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혁신형 서비스 기업 유치를 겨냥한 베이징증권거래소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그간 미국 증시로 가 상장하는 것을 선호하던 유망 창업 단계 기업들을 발걸음을 중국으로 돌려 놓기 위한 측면도 있다.
미중 신냉전 본격화 이후 중국은 자국의 유망한 기술기업이 자국의 확실한 통제권에 있는 홍콩이나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특히 많은 인터넷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많은 기술기업이 고객 개인정보와 정밀 위치 정보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어 중국은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이들 기업이 해외에 상장해 통제권 밖의 외국 주주들의 투자를 받는 것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2일 암묵적인 '자제 권고'에도 미국에 상장을 강행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滴滴出行)을 상대로 국가안보 조사를 전격적으로 개시했다. 이어 인터넷 안보심사 규정을 고쳐 기술기업의 미국 상장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면서 민감한 데이터를 대량 보유한 자국 기술기업의 미국 상장을 아예 막아섰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