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당국, 구글·애플에 '나발니 앱' 차단 요구…"선거 간섭"
이달 총선서 여당 후보 보이콧하는 앱…수감 나발니는 설치 호소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통신 감독 당국이 2일(현지시간) 수감 중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세운 '반부패재단'의 앱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것을 미국 IT 업체 구글과 애플에 요구했다.
당국은 이 같은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달 중순 치러질 러시아 총선에 대한 간섭으로 간주하고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통신 감독 당국인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은 이날 "애플스토어(AppStore)와 구글 플레이(Google Play)에 러시아에서 극단주의 불법 조직으로 인정된 단체(반부패재단)의 앱 배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요청이 러시아 검찰의 요구에 따라 두 기업에 전달됐다"고 소개했다.
당국은 "이 같은 조치 불이행은 러시아 법률 위반이자, 러시아 선거에 대한 미국 회사들의 간섭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은 반부패재단 앱이 지난 6월 법원에 의해 극단주의 불법 조직으로 인정된 이 재단의 활동이나 행사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구글과 애플은 각각 최대 400만 루블(약 6천400만 원)의 과징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나발니는 옥중 메시지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이달 19일 총선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후보들을 보이콧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앱을 다운로드할 것을 호소한 바 있다. 나발니는 수감 전 역대 선거에서 자신의 조직을 통해 여당 후보를 보이콧하고 경쟁력 있는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모스크바 시법원은 지난 6월 9일 나발니가 조직해 운영해온 비정부기구인 반부패재단과 그 후신인 시민권리보호재단,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인 나발니 본부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법원은 반부패재단과 시민권리보호재단을 폐쇄하고, 나발니 본부의 활동을 금지하도록 명령했다.
출범한 지 10년 된 반부패재단은 그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 의혹을 숱하게 폭로해온 단체다. 시민권리보호재단은 2020년 7월 반부패재단의 법적 승계 단체로 등록됐다.
나발니가 지난 2018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며 지역 선거운동본부로 출범시킨 나발니 본부는 이후 반부패 탐사와 유력 야권 후보 선거 지원 활동 등을 하는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으로 운영돼 왔다.
러시아 당국은 이미 나발니 관련 사이트 약 50개를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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