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난민위기 피하자"…EU, 아프간 이웃국에 8천억원 지원 추진
FT 보도…2015년 시리아 난민사태 땐 터키에 자금지원
아프간 이웃국들 "이미 많이 받아" 난색…국경폐쇄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이 20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공식 종료하고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하면서 탈레반을 피해 국외로 탈출하려는 난민 문제가 이웃 및 서방국의 최대 후속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아프간을 탈출한 난민을 이웃국가들이 수용하도록 유럽연합(EU)이 6억유로(약 8천212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원 대상은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에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이란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또 아프간 난민 수용국 지원금은 10억유로(약 1조3천674억원) 규모의 아프간 지원책 일부라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을 인용해 아프간 이웃국의 국경관리와 극단주의대응에 EU와 독일이 각각 1억유로(약 1천366억원)와 5억유로(약 6천831억7천500만원)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마스 장관은 최근 터키와 카타르를 포함한 아프간 주변 5개국을 순방해 난민문제 등에 협조를 구했다.
EU가 아프간 이웃국가에 자금을 지원하면서까지 난민을 수용하도록 만들려는 까닭은 '제2의 난민사태'를 막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이 지중해와 남동유럽을 거쳐 2015년 EU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회원국 간 갈등까지 빚어진 '위기'가 벌어졌다.
당시에도 EU는 터키에 자금을 지원해 난민을 수용하게 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서 열린 아프간 사태 논의 EU 내무장관 긴급회의에 앞서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체코 측은 "현시점에 제일 중요한 것은 (아프간 주변) 지역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아프간 난민들이) 지역에 머물면 난민들 돕는 지역을 우리가 지원하겠다는 것이 그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아프간 이웃국가들은 난민을 이미 많이 받았다는 입장이다.
무함마드 파이살 독일주재 파키스탄대사는 파키스탄이 이미 아프간 난민 300~400만명을 수용했다면서 "이제는 지난 20년간 아프간 난민을 받겠다고 말해온 크고 부유한 국가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외교부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이 방문하고 돌아간 뒤 "안보상의 이유로 아프간과 국경을 완전히 폐쇄했다"라고 밝혔다.
근저에 국경검문소를 다시 열 계획이 없고 어떤 이유에서든 월경을 시도하면 저지하겠다고 우즈베키스탄 외교부는 강조했다.
파트메 아샤라피 이란 난민여성아동보호협회 대표는 무허가 체류자를 포함해 이란의 아프간 난민이 300만~400만명이라면서 학교에 다니는 난민 아동 약 50만명 학비만 연간 3억달러(약 3천479억원)인데 국제사회 지원은 다합쳐도 500만달러(약 57억원)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아샤라피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해나가면서 이란에 밀입국하는 사람이 늘었다"라면서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탈레반이 카불을 접수한 뒤 하루 밀입국자가 7천여명에 이르렀다"라고 덧붙였다.
EU가 아프간 난민을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EU 내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 회의에서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를 논의했으나 회원국 간 이견으로 공동정책에 합의하지 못했다.
회의 후 나온 성명에는 "국제적 노력의 일부로 여성, 어린이 등 취약자들을 우선으로 해 재정착 형태로 자발적 지원이 제공될 수 있다"는 내용만 담겼다.
윌바 요한손 이주·망명 담당 EU 집행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난민 수용 목표가 설정되지 않았다"라면서 내달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길 원하는 EU 안팎의 국가들과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EU를 탈퇴한 영국은 연내 5천명을 비롯해 5년간 아프간인 2만명을 수용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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