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지원 계속된다지만…탈출 못 한 미국인 100여명 어쩌나
미군 철수로 대피 한층 어려울 듯…국무 "쉬울 거란 환상 없다"
탈레반에 협조 압박…미군 13명 사망 이어 바이든에 타격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이게 쉽거나 빠르게 될 거라는 환상은 없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 등에 대한 대피 계획을 밝히며 한 말이다.
미군까지 철수한 마당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들을 아프간에서 빼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되리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미군이 아프간 철군을 완료한 이날 현지에 남은 미국인 규모에 대해 '200명은 안 되고 100명에 가까울 것 같다'는 애매한 표현을 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인과 외국 국적자, 아프간 주민들이 떠나기로 하면 떠날 수 있게 돕는 끈질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들에 대한 우리의 약속엔 데드라인이 없다"고 강조했다.
추가 대피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 미국 내 우려 불식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이 인정했듯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의 통치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인 대피작업은 한층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케네스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아프간 카불을 떠나는 5편의 마지막 비행편에 미국 시민인 민간인은 없었다고 전했다. 대피 막판에 이미 미국인을 추가로 카불공항에 당도시키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미국인도 미국인이지만 20년의 아프간전 와중에 미국에 협력한 현지 조력자들 대피작업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이 얼마나 될지 규모도 불분명하다. 특히 탈레반이 이들을 보복 대상으로 삼아 대피 협조에 소극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작지 않다.
이 때문에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탈레반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떠나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며 탈레반의 협조를 압박했다.
그는 "탈레반은 적절한 서류를 구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전하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떠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약속 준수를 촉구하는 미국 주도의 공동성명에 약 100개국이 동참했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대혼란 속에 결국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들을 남겨둔 채 철군이 완료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타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의 세력 확장 오판으로 혼란스러운 대피를 야기한데다 미군 13명의 사망으로 이어진 아프간 내 이슬람국가(IS-K)의 카불공항 자폭테러로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예정된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철군 시한 고수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에 대한 대피지원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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