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호크에 험비까지…탈레반 옛날 '오합지졸' 아니다
공군력은 미지수…소형무기는 세계 암시장서 거래될 우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의 지원을 받던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장악하는 과정에서 헬기를 포함한 상당량의 무기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 방송은 28일(현지시간) 탈레반이 획득한 군사 장비를 소개하며 탈레반 대원들이 과거 러시아제 AK-47 소총을 들고 낡은 트럭에 탔던 오합지졸이 더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탈레반이 지난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접수하고 승리를 선언한 뒤 소셜미디어에는 탈레반이 미국산 무기와 차를 과시하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특히 BBC는 탈레반이 극단주의 조직 중 이례적으로 공군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아프간 공군은 공격용 헬기를 포함한 항공기를 모두 167대 운용하고 있었다.
기종은 미국의 다목적 군용 헬기로 유명한 UH-60 블랙호크를 비롯해 MD-530F 무장헬기, 러시아제 헬기 MI-17, 브라질제 A-29 경공격기 등이다.
이 가운데 탈레반의 손에 들어간 항공기 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BBC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공항을 촬영한 위성 사진에는 블랙호크 9대와 MI-17 2대를 포함해 모두 16대가 보였다.
그러나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닷새 뒤인 이달 21일 찍힌 위성 사진에서는 칸다하르 공항의 활주로에 항공기가 5대 정도만 확인됐다.
칸다하르 공항에 있던 나머지 항공기들은 아프간 밖이나 아프간 내 공군기지들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쿤두즈, 헤라트 등 아프간 공군기지들을 접수하면서 항공기들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탈레반의 공군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아프간 내 미군의 고문으로 활동했던 조너선 시로덴 박사는 탈레반이 항공기들을 압수하기는 쉬웠을지 모르지만, 항공기를 작동하거나 보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공기 부품들은 교체가 필요할 때가 있고 항공기 보수를 위해서는 기술자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항공기를 조종할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지도 미지수다.
반면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정교한 총과 차를 다루는 경험이 풍부하다고 평가한다고 BBC가 전했다.
미국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간 정부군에 소총 35만여정, 기관총 6만4천여정, 수류탄 발사기 2만5천여개, 지프 차량인 험비 2만2천여대를 제공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는 아프간군에 험비 3천여대, M4 소총 3천500여정 등을 추가로 지원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보유했던 험비와 무기의 상당량은 탈레반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BBC는 탈레반이 압수한 소형 무기들이 앞으로 세계 암시장에서 거래되면서 다른 무장세력의 활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조디 비토리 교수는 탈레반의 무기들이 수개월 후 암시장에서 등장할 수 있다며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파키스탄, 중국, 러시아 등 아프간 주변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평화를 위해 아프간에 지원한 무기들이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데 쓰이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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