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리스 방문 하루전 베트남에 백신 지원…"오랫동안 협력"
전문가 "베트남서 반중감정 자극하려는 것은 미국의 희망사항"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 견제 의지를 분명히 하자 중국이 해리스 부통령 방문 하루 전 베트남에 백신을 지원하며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24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는 전날 베트남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베트남에 지원한 백신의 종류와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중국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 속 백신은 시노팜이다.
베트남은 중국군이 백신을 제공한 24개 이상 국가 중 하나라고 중국 국방부는 설명했다.
신문은 백신 지원이 양국의 연대와 협력 정신을 보여주며 양국 군은 포괄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의 중요한 축이라고 밝힌 베트남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도 함께 소개했다.
중국은 베트남과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했고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에도 백신을 지원했다고 주장하지만, 백신이 도착한 날은 공교롭게도 해리스 부통령의 베트남 방문 하루 전날이다.
계획대로라면 해리스 부통령은 24일까지 싱가포르 방문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이동한다.
미국 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외교적 자원을 집중해온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싱가포르에서 "남중국해에서 국제질서와 항행 자유에 기초한 규칙에 대해 파트너 및 동맹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지역으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베트남에서 반중(反中)감정을 일으키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저우보(周波)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연구원은 "해리스 부통령의 베트남 방문이 양국관계 강화를 위한 것이라면 중국은 동의하지만, 반중감정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한 사실을 언급한 뒤 "미국 고위 관리의 잇따른 동남아 방문이 중국을 겨냥한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바람일 뿐"이라며 "미국 관리가 자주 방문한다고 베트남은 물론 다른 어떤 나라도 미국의 전차에 올라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전날 해리스 부통령의 동남아 방문과 관련, '미국은 맹우(盟友·어떤 일에 대해 서로 굳게 맹세한 친구) 포기의 상습범'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신문은 사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1975년 사이공에서 미군이 철수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며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의 맹우를 버린 것은 개별 사건이 아니며 워싱턴은 이 방면에서 상습범을 연상시킨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베트남, 필리핀 등 국가가 미중간 균형외교 노선으로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과 미국의 힘과 이 지역에서의 진정한 영향력이 한쪽은 약해지고 한쪽은 강해진 결과여서 오스틴과 해리스의 입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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