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커도 보험금 더 챙기는 수입차…대물보험료 오를까
보험硏 "대물보상, 자차 가격과 무관…자차특약과 방식 달라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2억원짜리 수입차 A와 2천만원짜리 국산차 B 사이에 7대 3의 과실 비율로 사고가 발생. 두 차가 각각 10% 파손 비율로 부서졌다고 가정하자. A는 손해의 70%에 해당하는 1천400만원에 대해 자기차량손해특약(자차특약)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600만원은 B 차량의 보험사로부터 대물배상 보험금을 받는다. 반대로 B 차량이 A 차량의 보험사로부터 받는 보험금은 140만원이다. A 차량의 사고 책임이 훨씬 크지만 차 가격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보험금도 더 많이 갖게 된다.
이처럼 고가 수입차로 인한 대물 보험금은 전체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 법원에서는 고가 수입차에 지급하는 보험금이 더욱 증가하게 되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2월 부산지방법원은 보험사가 수입차 차주에게 비슷한 배기량의 수입차 대차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2020나53231). 보험사는 약관에 명시된 대로 동급(배기량과 연식) 국산차 대차료를 제공해도 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결은 피고 보험사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올해 6월 감사원의 발표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개인용 승용차의 경우 수입차는 4천653억원 보험료를 내고 그 2.4배에 이르는 1조1천253억원을 보험금으로 받아 갔다. 국산차는 보험료 2조8천675억원을 냈지만, 그 78.4%인 2조2천491억원만 받았다. 감사원은 수입차가 보험금을 훨씬 많이 받는데 보험료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수입차 보험료에 고가 수리비를 반영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
보험연구원 소속 황현아 연구원은 22일 '보험법리뷰'에 실린 '고가차 대물배상의 쟁점과 고려사항' 보고서에서 보험료 부담 형평 차원에서 고가 수입차의 대물배상 보험료 인상을 추진한다면 여러 가지 법적·산업적 검토를 수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자차특약 보험금과 달리 대물 보험금은 사고 상대방 차량의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고가 수입차라도 사고를 내지 않는다면 대물 보험료 할증이 부당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차와 수입차 전체로 본다면 수입차가 보험료를 덜 내는 것은 맞지만, 개별 차량 관점에서 보면 차 가격과 상관이 없는 대물 보험료를 할증하는 것은 근거가 미흡하고, 할증 방식도 논란을 부를 수 있을 것으로 황 연구원은 전망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최근 3년간 동일 모델 차량이 제3자에게 끼친 손해 통계, 차량의 제동방식, 주행 안전성, 가속 성능, 운전자 특성 등을 반영해 대물배상 보험료 등급을 나누는데, 이 방식을 적용하면 의도와 달리 고가 수입차가 아닌 다른 차량의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또, 고가 차량 대물배상 보험료 인상은 고가 최신 기술이나 전자 장비가 도입된 차량의 보험료를 올리게 되므로 자동차보험 제도가 자동차 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황 연구원은 우려했다.
황 연구원은 "전체 집단의 보험료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자 고가차 대물배상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결정하더라도 산출방식은 자차특약과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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