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테이퍼링·주가 하락…영끌 빚투 '사면초가'
금리 인상 ·자산시장 불안 땐 2030 직격탄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코로나19 이후 자산시장을 무섭게 밀어 올렸던 '영끌' '빚투'에 급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거칠게 조여가고 있고, 한국은행은 다음 주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도 악재가 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미 완연한 조정 분위기다. 주택시장은 아직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금융권이 돈줄을 막을 경우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 대출 조이는 정부…금리 인상 벼르는 한은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의 신규 취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또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아파트 집단대출도 신규 접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관리범위인 5%를 넘어 강력한 대출 억제 요구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20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대폭 제한했다. 3분기 한도가 벌써 소진돼 9월 말까지는 제한적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8일부터 담보대출 중 하나인 '퍼스트홈론' 중 신(新)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연동 상품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오는 30일부터는 이 대출의 우대금리도 조건별로 0.2∼0.3%포인트 줄인다.
금융위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급증한 제2금융권에도 강도 높게 대출 총량 관리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체 금융권에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주문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관리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으나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 압력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은행은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0.5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올해 들어 꾸준히 자산시장 버블 특히 부동산 광풍을 주시하면서 금리 인상의 명분을 축적해왔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경제 불투명성은 높아졌지만,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관리 범위(2%)를 벗어나 넉 달째 2.5% 안팎에서 높게 움직이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폭등으로 금융 안정성이 훼손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확대세가 꺾이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대출 관리와 함께 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테이퍼링·경기둔화 우려에 증시 '와르르''
20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1.20%(37.32포인트) 급락한 3,060.51로 마감했다. 최근 10거래일 중 9일이나 떨어졌다. 지난달 고점 대비 7% 넘게 하락했다.
증권사들은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호조 등 펀더멘털의 강화를 들어 하반기 지수 상단을 대부분 3,500 이상으로 전망했으나 최근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내년으로 예상됐던 미 연준의 테이퍼링이 올해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불안감, 다른 하나는 역대급 실적에도 힘을 못 쓰는 반도체주에서 보듯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자 외국인들은 '셀 코리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9일부터 9거래일 연속 모두 8조2천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고점 논란 와중에 미 연준이 조기 테이퍼링을 시사하면서 유동성 환경이 바뀔 것이라는 우려로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 미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시사 등은 주식이나 주택에 투자하느라 빚을 늘린 가계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이달 들어 매도세를 강화한 외국인과 여기에 장단을 맞춘 기관 매물을 개인투자자들이 7조4천여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주가가 추가 하락한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택시장은 아직 펄펄 끓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강력하게 대출을 억제하거나 회수할 경우 강세 지속을 장담하기 어렵다.
대출이 막히고 증시나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자산 축적이 부실한 2030 젊은층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30 세대는 지난 3월 말 현재 은행권에 약 259조원의 빚을 지고 있고 이는 1년 전보다 약 20%(44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10%)의 배에 달한다. 젊은층은 영끌로 돈을 긁어모아 주택, 주식, 코인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자산시장의 주도 세력이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9조7천억원 늘었는데 20대와 30대의 대출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면서 "금리가 오르고 신용대출 등을 조이면 이들 세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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