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와 싸운 도미야마…한국서 인정받아 편히 떠났을 것"
마나베 교수 "단순한 감상 대상이 아닌 실천적 작품"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18일 별세한 일본 작가 도미야마 다에코(富山妙子)에 대해 마나베 유코(眞鍋祐子) 도쿄대 교수는 "불의를 미워하고 한평생을 고독하게 싸우면서 억울하게 살아 온 작가"라고 평가했다.
도미야마 연구자인 마나베 교수는 고인이 한국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알린 공적을 인정받아 올해 6월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은 것 등을 염두에 두고서 "그가 제일 사랑했던 한국에서 민주화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편히 떠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19일 보낸 추모의 글에서 밝혔다.
그는 "날카로운 역사의식과 비판 정신을 가지고 작품 활동해 온 그녀는 일본 사회와 미술계에서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고인이 삶과 작품 세계가 한국에서 재평가를 받도록 도와준 한국의 여러 친구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나베 교수는 "도미야마의 작품은 진선미이며 동시에 그런 뜻이 삶에 결부된 실천적인 것"이라며 "화랑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단순한 감상 대상이 아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전쟁이나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벌어진 일본의 가해 행위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벌여온 것 등과 관련해 마나베 교수는 도미야마가 파악한 "불의의 원천이 바로 식민주의와 여성 차별"이라며 "도미야마 작품을 일관하는 뜻은 불의에 대한 미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국을 소재로 한 도미야마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주로 1970년대와 1980년대이지만 보편성을 띤 사상적 통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예로 들면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의 정세를 보는 시점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1921년생인 도미야마는 김지하, 5·18 민주화 운동,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와 라틴 아메리카 등을 방문하며 고통받고 억압받는 민중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을 다수 남겼다.
그는 18일 오후 3시 1분 일본 도쿄도(東京都)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의사는 '노쇠'로 인한 사망이라고 진단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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