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도 석탄 '때아닌 호황'
폭염·경제활동 재개에 중국 등 전력수요 급증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석탄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폭염 등 기후변화와 경제활동 재개로 중국을 중심으로 석탄화력발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데 반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석탄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 기준 전력용 연료탄 가격은 이달 셋째 주 현재 톤(t)당 175.76달러를 기록했다. 연초보다는 95달러 가까이 올랐고, 작년 8월말(47.99달러)보다는 4배가량 뛰었다.
동호주 항구 제철용 원료탄 가격도 t당 225.07달러로, 연초보다 121달러 이상 상승했다. 작년 5월 초 111달러대보다는 배 이상 급등했다.
전력용 연료탄 가격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전력수요가 급감하며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특히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이 호주와 무역 갈등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배제하면서 석탄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 시장조사기관 코리아PDS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전력생산량에서 화력발전 생산 비중은 79%에 달했다. 반면 중국 석탄 생산량은 3억1천417만t으로 26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최근 전력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북부탄광 15곳의 조업재개를 허가했다.
폭염 등을 겪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전력난 극복을 위해 화력 발전소 가동을 재개하고 있다. 세계 2위 석탄 소비국인 인도에선 6월 발전용 석탄 출하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7%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조차도 올 초 한파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석탄화력발전으로 일부 대체했다.
한국도 지난달 전력수요가 치솟자 전국에 설치된 58기 석탄발전 가운데 환경개선설비 공사가 진행 중인 삼천포 6호기를 제외한 57기를 풀 가동하기도 했다.
때아닌 석탄의 활황은 전 세계적인 탈석탄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얼마 전 "석탄의 부활은 이른바 '에너지 전환'에 심각한 의문을 품게 한다"면서 "기후변화 위기가 심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가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탄 가격 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코리아PDS 관계자는 "석탄 공급 병목현상이 점진적으로 해소되더라도 동절기 석탄 유효 수요가 풍부해 당분간 석탄 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석탄값이 치솟으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석탄 가격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이에 아시아의 주요 석탄 수요국인 일본과 한국을 주축으로 석탄에서 LNG로 수요를 전환할 수 있어 석탄값의 추가 상승은 어느 정도 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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