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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노형욱 "집값 안정안돼 송구…일관성있는 정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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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노형욱 "집값 안정안돼 송구…일관성있는 정책 추진"
직원들에게 편지…"부동산은 양극화와 공정의 이슈…혼신의 힘을 다하자"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난 5월 14일 제6대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한 노 장관의 등장은 사실 수개월 전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변창흠 전임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 사건의 큰 파도를 넘지 못하고 중도 퇴진함에 따라 사태를 수습 짓고 조직 혁신을 이끌어갈 구원투수로 급히 등판한 성격이 컸다.

이 때문에 그는 역대 어느 국토부 장관보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장관직에 올랐다. 어디까지나 'LH 사태'였지만 국토부도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따가운 시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장관을 교체하며 외부 출신 장관을 임명한 것은 이같은 여론을 재확인해준 셈이었다.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집값과의 전쟁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2·4 대책의 후속 입법과 사업 후보지 모집, 신규택지 발굴 등은 지체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국무조정실에서 일부 부동산 관련 정책에 관여하기는 했지만 노 장관이 부동산 제도의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이나 공공기관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이름도 복잡한 2·4 대책의 주요 내용은 모두 기존에 없던 생소한 제도였다.
여기에 서울시에 오세훈 시장이 다시 오면서 변수는 훨씬 복잡해졌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어도 쉽지 않은 판에 야당 시장이 오면서 정부의 도심 주택 공급 정책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노 장관은 특유의 '형님 리더십'과 타협을 끌어내는 능력으로 국토부 조직을 다잡고 난제투성이 과제를 차분히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법안 발의 후 심의가 지연되던 2·4 대책 후속 법안을 국회 설득 작업을 통해 6월 통과시키고 그 다음달 하위법령도 손질했다. 이로써 2·4 대책 주요 내용의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는 지금까지 56곳이 선정됐으며, 이 중 11곳은 지구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주민 동의를 확보하는 등 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신규택지 사전청약은 최근 1차 물량인 4천333호의 청약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탄하게 시작했다.
서울시와의 주택 정책 협의도 지금으로선 큰 마찰 없이 진행되고 있다.
노 장관은 6월 오 시장과 함께 '공공·민간의 질서 있는 공급을 위한 정책 협력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 집값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협력하기로 했다.
재건축 시장 안정을 위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대폭 앞당기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서울시와 함께 추진키로 한 것도 주목받았다.
교통 분야에선 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을 마련해 발표했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예상보다 미흡한 철도망 연결로 크게 반발하기도 했지만 국토부는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노 장관은 국토부 혁신 방안도 마련했다.
노 장관은 지난달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부동산 투기를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원응대·국민소통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본부 전 부서의 부동산 재산등록을 의무화한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국토부 먼저 과감한 혁신 조치를 했으니 산하 공공기관들에도 혁신 방안을 재촉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 장관은 국토부 노조를 적극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 장관의 앞에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가 널려 있다.
국토부 업무야 주택만 아니라 도시, 토지, 국토, 안전, 교통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성공한 장관이 되려면 무엇보다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부인할 이는 없다.
하지만 다락같이 오르는 집값은 좀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상승세는 오히려 계속 커지기만 하고 있다.
잇따른 공급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에서 패닉바잉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느냐에 대해선 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 장관은 이번 달에 남은 공급대책을 여럿 발표하며 시장과의 한판 기 싸움에 나선다. 미발표된 신규택지 13만1천호 입지 발표와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 서울 중소규모 택지 조성 방안, 사전청약 확대 방안 등 하나하나 적잖은 무게를 갖는 내용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나 공공재개발 일부 후보지에선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해 이탈 조짐도 관측되고 있다.
2·4 대책에서 제시됐던 새로운 유형의 주택 공급방식인 공공기관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아직 후속 입법이 완료되지 않았다.
최근 발생한 광주 철거 건축물 붕괴 사고는 건축 안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겨줬다.
LH 혁신 방안에 대해선 공청회 등을 열며 안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견이 많다. 부동산 공인중개 수수료율 개편 방안도 중개업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노 장관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국토부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하고 혁신도 이뤄내자고 독려했다.
노 장관은 "집값 안정과 주거복지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고 국민께 송구스럽다"라며 "그러나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묵묵히 역량을 다하다 보면 머지않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의 시름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장관은 "국민의 신뢰에 기반을 둔 정책 추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우리 스스로 혁신의 주체가 돼 내부 혁신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부동산은 가장 엄중한 과제로, 민생의 문제를 넘어서는 양극화와 공정의 이슈"라고 단언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며 우리 모두의 혼신의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최근 LH 땅투기 의혹 사태와 뒤이은 혁신 방안 마련에 대해선 "부동산 투기와 연루된 직원이 한 명도 없었음에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거운 제약이 따르는 내부 혁신을 감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다독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노 장관은 잘 들어서 마음을 얻는다는 뜻의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유연하게 정책적 대응을 해 나가자"고 독려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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