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실질적 지도자 아프간 입성…"복수하지 않겠다"
바라다르, 카타르서 입국…"정권 이양 첫단계" 해석
대변인 기자회견서 사면령 발표…"긍정적으로 달라질 것"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실질적 지도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으로 입성했다고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탈레반이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20년 만에 미군이 떠난 아프간을 다시 점령한 지 이틀 만이다.
보도에 따르면 바라다르는 자신이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과 함께 이날 오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공항으로 들어왔다고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트위터에서 밝혔다.
탈레반 공동 설립자이자 실질적 지도자인 바라다르는 작년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에서 탈레반을 대표해왔다.
AP 통신은 바라다르 귀국이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탈레반은 바라다르를 중심으로 새 정부 구성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라다르는 1968년생으로 알려졌으며, 아프간에 돌아온 것은 10여년 만이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히바툴라 아쿤드자다 소재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바라다르가 입국하면서 탈레반의 새 통치 체제 발표가 임박했을 수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탈레반은 아직 통치 방식 등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으며, 바라다르는 앞서 탈레반 지도부를 이끌고 하미드 카르자이 전 아프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평화 협상을 벌여왔다.
탈레반은 이들에게서 정권을 넘겨받는 공식적 행사를 치른 뒤 통치 체제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바라다르 입국은 이런 절차의 첫 단계일 수 있다고 WP는 풀이했다.
바라다르가 입국한 칸다하르는 아프간 2대 도시이자 옛 수도로, 탈레반이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탈레반은 아프간 접수 이후 강경 이슬람 근본주의를 고수했던 이전과는 다른 유화적 모습을 보이며 공식 정권으로서 정당성 확보에 우선 무게를 두고 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날 수도 카불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우리는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면령을 발표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그러면서 새 정권이 이전 탈레반 집권기인 1996∼2001년과 비교해 "긍정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탈레반은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레반 대변인은 의복 규율과 사회 활동 등 어느 정도 수준에서 여성 권리가 존중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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