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사업' 北책임 따지는 일본내 손배소 첫 재판 열린다
日법원, 10월 14일 탈북자 5명 제기 '50억원대' 손배소 첫 구두변론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재일조선인 북송 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으로 건너갔다가 탈북해 일본에 거주하는 5명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총 5억엔(약 5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이 올 10월 열린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소송을 맡은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제1회 구두변론을 오는 10월 14일 개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재판부는 16일 법원 게시판을 활용해 북한 측에 소장이 전달됐다는 법적 효력을 내는 공시송달 절차에 들어갔다.
북송사업은 북한과 일본이 체결한 '재일교포 북송에 관한 협정'에 따라 1959년부터 1984년 사이에 조선총련계 재일교포들이 북한으로 가서 정착하도록 한 것이다.
북한은 1955년 2월 재일교포의 북한 귀환을 추진하면서 귀환자들의 생활을 책임지겠다고 발표했고, 일본에서는 1958년 '재일조선인귀국협력회'가 결성돼 재일교포의 북송을 도왔다.
북송은 1959년 12월 14일 975명을 태운 첫 선박이 일본 니가타항을 출발하면서 본격화됐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 따르면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듣고 북한으로 건너간 약 9만3천 명 중에는 재일조선인의 일본인 처와 일본 국적 자녀가 6천679명 포함돼 있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1960~1970년대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들어갔다가 2000년대 탈북해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가와사키 에이코(川崎榮子·79) 씨 등 남녀 5명이다.
이들은 북한에서 가혹한 생활을 강요당했다며 북한 정부를 상대로 각자 1억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2018년 8월 도쿄지법에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선전을 믿고 북송사업에 참여했지만 일본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환경에서의 생활을 강요당하기도 하는 등 기본적 인권을 억압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소송은 북송 사업과 관련해 북한 정부의 책임을 따지는 일본 내의 첫 민사재판이어서 일본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소송에서도 한국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위안부 피해자 소송에서 부각된 '주권면제'(국가면제) 원칙의 인정 여부가 쟁점이다.
주권면제는 주권을 가진 한 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이다.
위안부 피해자 소송을 맡은 한국 법원에선 1심 단계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의 민사합의34부는 올 1월 과거 불법 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주권면제를 배제하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지만,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다른 재판부(민사합의15부)는 지난 5월 일본 정부의 주권면제를 인정하고 원고 측 청구를 각하했다.
가와사키 씨 등 북송사업 관련 원고 측은 일본 정부가 미수교 상태인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지 않은 점을 들어 주권면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 측은 이 주장의 타당성을 놓고 법원 측과 그동안 비공개 협의 방식으로 대화를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재판부가 첫 변론기일에 원고 5명을 상대로 한 심문을 거쳐 당일 변론을 끝낸 뒤 추가 절차 없이 판결을 선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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