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사라지는 니카라과…정부 통제에 유력일간지 발행 중단
야권 성향 라프렌사 "정부가 인쇄용지 압류…당분간 온라인판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미 니카라과에서 종이신문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이 인쇄용지의 수입을 통제해 신문 발행을 불가능하게 한 탓이다.
니카라과 유력 일간 라프렌사는 12일(현지시간) "우리 회사가 수입한 인쇄용지 등을 세관이 또 다시 압류했다"며 종이가 없어 12일 자를 끝으로 당분간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매지인 오이(Hoy)는 이미 12일 자부터 발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라프렌사는 설명했다.
1926년 창간된 니카라과 최고(最古) 신문 라프렌사와 2003년부터 발행된 오이는 지금까지 니카라과에 마지막 남은 종이신문이었다.
2018년 반(反)정부 시위 이후 오르테가 정권이 인쇄용지와 잉크 등 신문 인쇄에 필요한 물자들의 수입 통관을 막으면서 다른 신문들이 줄줄이 발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라프렌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500일 넘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신문용지 등을 압류했다.
이로 인해 라프렌사와 더불어 2대 일간지로 꼽혔던 엘누에보디아리오가 2019년 9월 지면과 온라인 모두 발행을 중단하며 폐간을 택했고, 무료 신문 메트로도 발행을 중단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오이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인터넷판을 없애기도 했다.
오르테가 정권에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해 정부에 눈엣가시였던 라프렌사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면과 발행 부수를 대폭 줄이고 더 비싼 다른 용지에 뉴스를 인쇄하며 근근이 종이신문 발행을 이어왔다. 최근 몇 달간은 정부의 보복을 우려해 기사에 기자 이름을 싣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니카라과 안팎의 인권단체 등은 오르테가 정권이 종이를 인질로 삼아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비난한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5선에 도전하는 오르테가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유력 대선주자들을 포함해 30명 넘는 야권 인사들을 체포하는 등 야권 탄압을 이어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라프렌사는 "당분간 온라인으로만 소식을 전하다 압류가 해제되면 다시 전국 단위로 종이신문을 발행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지난 95년간 해왔듯 독재정권의 권력 남용을 고발하고 계속 진실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