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접종 정체 독일, 유통기한 지난 6만회분 폐기
16개주 백신접종센터서 230만회분 회수해 해외무상제공 등 검토
"독일 6개월 반 동안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3만7천300명 목숨 구해"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정체되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6만회분이 폐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은 16개주 백신접종센터에서 유통기한이 2개월 이상 남은 잔여회분을 회수해 해외무상제공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9일(현지시간)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의 집계에 따르면 독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전체의 62.4%인 5천192만8천894명, 2차 접종을 마친 이들은 54.8%인 4천558만7천992명이다.
한때 하루 130만회분을 넘어섰던 독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는 현재 하루 10만회분대로 급감한 상황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떨어지면서 각 주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코로나19 백신을 폐기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독일 디벨트에 따르면 최근 쾰른 백신접종센터에서만 2만회분이 폐기됐다. 이중 5천300회분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었다. 바이에른주는 지난달 2만7천회분,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4천회분, 라인라트팔츠주는 2천200회분, 자를란트주는 6천회분을 각각 내다 버렸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16개 주정부로부터 유통기한이 2개월 이상 남은 코로나19백신 잔여회분을 회수중이다.
벨트암존탁의 집계에 따르면 16개주 백신접종센터로부터 회수되는 분량은 230만회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독일 정부가 회수된 코로나19 백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백신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제3국에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하엘 토이어러 자유민주당(FDP) 원내부대표는 "연방정부는 잔여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국가에 제공해, 코로나19 백신이 폐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선착순으로 수요가 많은 국가에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하엘 헨리히 기독민주당(CDU) 의원도 "남은 코로나19 백신을 빠르고 융통성 있게 제3국에 제공해야 한다"면서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하지 않고 양자협의를 통해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야노쉬 다멘 녹색당 의원은 "인류가 바이러스에 보호 없이 방치돼 있는데 독일 같은 부국이 코로나19백신을 비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면서 "독일은 코로나19백신 개발국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이미 올해 안에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의 코로나19백신 3천만회분을 개발도상국에 무상으로 내주기로 했다. 8월부터 약속한 물량 중 80%는 코백스를 통해 나눠주고, 20%는 양자협의를 통해 필요한 국가에 제공한다. 이번 잔여 백신 물량은 이와 별개로 배분이 필요하다.
한편, RKI는 독일에서 코로나19 백신이 6개월 반 동안 이어지면서 코로나19 3차 확산 와중에 3만8천300건의 사망을 막을 수 있던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은 또 코로나19 신규확진을 70만6천건, 입원은 7만6천600건, 중환자 발생을 2천건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메르텐스 독일 예방접종위원장은 "독일은 지금 4차 확산의 초입에 도달했다"면서 "앞으로 상황은 18∼59세가 접종을 얼마나 하느냐에 달린 만큼, 이들은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자유, 경제를 위해 백신접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독일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비율은 60세 이상은 80%지만, 12∼59세는 48%에 불과하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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