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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르포] 코로나 대재앙에 군부 지지자 민심도 이반하나
수치에 총 겨눴던 퇴역 장교, 코로나 감염에도 군부대 병원 퇴짜 사망에 울분
과격 불교단체 간부, 코로나 사망 어머니 화장하려다 시신행렬 놀라 SNS 고발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사상 최악의 국가적 재난이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속에서 군부 지지자들의 마음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현지에서 들린다.



퇴역 장교인 밋 우(60) 씨는 지난달 24일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아내가 코로나19에 숨진 사흘 뒤였다.
특히 밋 우씨는 아내가 입원도 하지 못한 채 숨진 지난달 21일 SNS에 "평생을 초록색(군부 상징색) 열매로 살고 싶었다. 열매가 떨어지면서 빨간색(NLD 상징색)으로 변하기는 싫은데…"라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평생을 바쳐온 군부에 배신당했다는 절절한 심정을 보여준 글이기 때문이었다.
또 의료진과 병상 부족으로 퇴역 장교조차도 받아줄 수 없는 열악한 의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증거이기도 했다.



밋 우 씨는 군 내부에서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다.
1990년 총선을 앞둔 1989년 당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선거 유세에 나섰을 때, 대위였던 밋 우 씨는 유세가 불허된 곳이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부하들에게 수치 고문을 향해 장전된 총을 겨누도록 명령했던 사건 때문이다.
이 일화는 수치 고문의 일대기를 다룬 '더 레이디'라는 영화에도 등장한다.



웨 유빠 우 씨는 군부 정권을 지지하는 걸로 유명한 연예인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SNS에 "군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나에게 연락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군인 가족 및 군부 지지자들의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군 병원에 20년 넘게 근무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시민은 "나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그녀는 할 수 있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연락하기를 바란다"며 비꼬는 글을 올렸다.
한 시민은 "아들과 사위가 군 장교인데도 나는 집에서 코로나19를 치료하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화살은 연예인의 발언을 향해 날아갔지만, 아무 대책이 없다시피 한 군부의 코로나19 대응에 실망하는 지지자들의 민심을 보여주는 댓글이라는 시각이 많다.



미얀마 군부를 지지해 온 대표적인 민족주의 과격 불교단체 '마 바 따(민족과 종교를 지키는 단체)'의 후신이 부다 담마 자선재단이다.
재단의 핵심 활동가 중 한 명인 꼬 랏씨는 지난달 21일 어머니를 코로나19로 여의었다.
어머니 시신을 운구해 화장터로 간 그는 '포화 상태' 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윽고 SNS 중계를 하면서 "국영·군부 방송에서 화장터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연일 방송하고 있는데, 막상 어머님 시신을 화장하려고 왔더니 상상하지도 못 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시신을 실은 구급차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구급차마다 시신이 3~4구씩 실려있고, 심지어는 땅에 버려지듯 놓인 시신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SNS 중계 말미에 "이런 방송을 했다고 나를 체포하려면 우리 집으로 오라"는 말까지 했다.
다음날 체포되었다가 하루 만에 풀려나면서 그는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이제 나는 어느 정당의 편도 아닌 미얀마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역시 이 재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승려 빠 마웃 카는 이 소동을 보면서 SNS에 "지적받는 게 싫으면 정권을 잡지 마라"고 일갈했다가 군부에 연행됐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4천명 이상 발생한다. 숨진 이도 1만명이 넘었다.
그러나 시민 불복종운동(CDM)으로 검사건수가 급감했고 병원에 입원 못 한 코로나19 환자가 대다수인 만큼, 확진자 및 사망자는 실제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총을 들었다고 해서 코로나19가 군부를 피해가지 않듯, 가족의 안녕을 보장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도 군부 지지자들 마음속에 똑같이 똬리를 틀 것이라는 게 많은 시민의 생각이다.
202134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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