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물난리 취재 외국 기자들, 괴롭힘에 살해위협까지 받아"
외신기자협회, 중국 당국에 언론인 안전보호 책임이행 촉구
관영 매체 "중국 욕보이는 서방 매체 보도에 화가 나 있어"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의 물난리를 취재하는 외국 매체 기자들이 잇따라 현지 주민들에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는 살해위협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외신기자협회(FCCC)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정저우 재난을 취재하는 외국 매체 기자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에 언론인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FCCC는 영국 BBC와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기자는 심지어 살해위협까지 받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의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웨이보를 통해 BBC 기자의 소재를 파악해 신고할 것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4일에는 정저우 거리에서 독일 도이체벨레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기자가 군중에 둘러싸인 채 영상 장비를 뺏길 뻔했고, 터널 참사를 취재하던 AFP통신 기자는 일련의 사람들에 에워싸인 채 촬영 영상을 삭제해야 했다고 전했다.
FCCC는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중국 정부가 외국 매체의 무제한 취재를 허용하고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인들이 자국을 욕보이는 서방 매체의 보도에 화가 났으며, 서방 매체는 중국에 대한 편집증적 시각을 형성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저우 재난을 취재하는 중국 기자들도 수난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보는 기록적인 폭우 속 희생된 정저우 지하철 5호선 승객들을 기리는 추모공간을 촬영하던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와 차이신미디어(財新傳媒)의 기자들이 현지 경찰에 연행됐으며, 조사를 받고 찍은 사진을 삭제한 뒤 풀려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현장 사진을 잇따라 공개했다.
명보는 이와 함께 해당 지하철 입구 앞 추모공간을 에워싼 가림막이 두 차례 설치됐다가 두 번 모두 시민들에 의해 철거됐다고 전했다.앞서 사고 발생 7일째인 지난 26일 정저우 지하철 5호선 입구에 헌화 행렬이 이어지면서 현장이 꽃으로 가득 채워지자 밤에 현장에 가림막이 세워졌다.
이에 시민들은 "관리들이 꽃조차 무서워한다"면서 지하철 당국이 비극에 책임은 지지 않고 현장을 은폐하려 한다고 비판했고, 일부 시민이 나서 가림막을 치워냈다.
그러나 이후 다시 가림막이 들어섰고 시민들이 또다시 이를 걷어냈다는 것이다.
정저우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20일 현지 지하철 5호선 안으로 빗물이 밀려들면서 1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번 정저우 물난리는 '1천년 만의 폭우'에서 시작됐지만, 관리들의 늑장·부실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