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송곳 외교' 가속…탈레반·인도에 달라이 라마까지
톈진 미중 고위급 회동서 이견 확인 후 '아킬레스건 공략'
왕이 탈레반 초청…블링컨 인도서 티베트망명정부와 회동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고위급 회담이 이견만 확인하고 끝난 가운데 미중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인도, 달라이 라마 등 상대가 가장 아픈 곳만을 찌르는 '송곳 외교'를 가속하고 있다.
이는 지난 26일 미중간 톈진(天津) 회동에서 서로 극명한 입장차를 재확인한데 따른 것으로 중국은 미군 철수로 내전이 격해진 아프가니스탄이 중국의 큰 위협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되자 탈레반 지도자를 중국으로 초청해 포섭전에 나섰다.
미국 또한 중국의 앙숙인 인도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측 대표단과 만나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등 미중 양측이 레드라인을 향해 접근하는 모양새다.
29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이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을 내세운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고 미국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더불어 우군 확보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6일 톈진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 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중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전복 시도, 중국 발전 방해, 신장, 티벳, 홍콩, 대만 등 중국 주권 침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세 가지 '마지노선'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날 셔먼 부장관을 만난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중미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왕이 부장은 셔먼 부장관이 순방했던 몽골의 외교장관을 27일 톈진에 초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경제 지원 확대를 약속하며 힘을 합치자고 종용했다.
28일에는 톈진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나 미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주권, 독립, 영토의 완전성, 내정 간섭 반대 등을 강조하며 미국을 겨냥했다.
'미국 타도'를 외치는 중러간 전략적 연대 강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28일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미국에 맞선 전략 협력 강화에 뜻을 같이했다.
쇼이구 장관은 내달 방중해 중국에서 열리는 중러 연합 군사훈련을 참관하기로 해 미국을 겨냥해 중러간 밀월 관계는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또한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계속 건드리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셔먼 부장관은 지난 18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몽골을 차례로 순방하면서 동맹 및 중국 주변국을 대상으로 미국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전을 강화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Quad·미국 주도의 4국 안보 협의체) 회원국인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달라이 라마 측 응고두프 동충 티베트망명정부(CTA) 대표를 만난 점은 중국에 뼈아픈 대목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최근 현직 국가 주석으로는 31년 만에 티베트를 공개 시찰하며 중국몽을 강조했는데 블링컨 장관이 앙숙 관계인 인도에서 그것도 티베트 망명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것은 중국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 침공 후 탈출, 1959년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웠으나 중국은 그를 '분열주의자'로 규정하고 다른 나라들과 접촉에 강력한 반발을 해왔다.
아울러 인도와 중국은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른 데 이어 지난해 국경 인근 판공호 난투극,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숨진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45년 만의 총기 사용 등 라다크 지역에서 여러 차례 충돌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과 더불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 순방길에 올라 중국 견제를 위한 결집에 나서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취임 후 자신의 두 번째 아시아행에 대해 "남중국해에서 도움이 되지 않고 근거 없는 중국의 주장에 맞설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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