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쟁서 코너 몰린 정부, '최후의 화살' 3발 쏜다
신도시 사전청약, 대출 억제, 한은 금리 인상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정부는 앞으로 남은 임기 7개월여 동안 새로운 부동산 대책은 내놓지 않을 전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8일 부동산 시장 불안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집값 거품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며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는 호소와 경고 외에 이렇다 할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알맹이를 기대했던 시장에서는 '허탈하다', '맹탕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그동안 쏟아낸 26차례 대책으로 실탄을 대부분 소진하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그렇다고 아직 부동산과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최후의 화살' 3발을 장전했다. 신도시 사전분양과 부동산 대출 억제, 금리 인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사전분양, 집값 안정책으로 잔뜩 기대
홍 부총리의 담화문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내용으로 새로운 것은 없었다. 앞으로 남은 정부 임기가 7개월여임을 감안하면 부동산 관련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실탄(정책)을 대부분 소진했지만, 아직 남은 '화살 3발'에 희망을 걸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정부는 28일부터 시작된 사전청약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정부가 2·4 대책 등에서 발표한 주택 공급은 '약속 어음'일 뿐 언제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따라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공급난 해소는 분양 일정을 1∼2년 앞당긴 사전청약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인천 계양, 남양주 진접, 성남 복정, 의왕 청계, 위례 등을 시작으로 올해 3만2천 가구, 내년 3만 가구 등 올해와 내년에 걸쳐 수도권 3기 신도시 등에서 모두 6만2천 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한다.
여기에 사전 청약 대상을 기존 공공주택뿐 아니라 공공택지의 민영주택과 서울 도심의 공공 복합사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젊은층의 '패닉 바잉' 수요를 흡수하는 등 주택 수요층의 관심을 돌림으로써 공급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년까지 이어지는 6만2천 호의 사전청약 물량은 수도권 연평균 분양물량의 35%에 달하는 만큼, 시장 안정의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대출 억제·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돈줄 죈다
정부는 강력한 대출 억제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은행의 목줄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작년 10% 가까이 급증했던 가계대출을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는 5∼6% 수준에서 고삐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8∼9%였던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엔 3∼4%로 억제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 은행권이 대출 조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실수요와 무관한 부동산 관련 대출은 더 깐깐하게 점검·감독하겠다"면서 "다소간의 비판과 부작용은 감수하겠다"고 어금니를 물었다.
금리 인상은 이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여당도 양해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을 위해 한은이 맹렬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서면서 8월 인상설이 유력하게 부상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스텝이 꼬였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다음 달 26일 이전 코로나가 진정된다면 금리 인상을 결행할 가능성이 있으나 지금과 같은 확산세가 이어질 경우 금통위원들이 몸을 사릴 가능성이 있다.
◇ 전문가들 "집값 상승세 쉽게 꺾이지 않을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전청약이나 금리 인상, 대출 억제 등이 어느 정도 영향은 미치겠지만 활활 타오르는 시장을 냉각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담화문에서 집값 불안의 진앙인 서울의 경우 올해 입주 물량이 8만3천 가구로 과거 10년 평균(7만3천 가구)에 비해 적지 않고 2023년부터는 더 많이 공급된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 입주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입주자 모집공고 기준)은 작년 4만9천415 가구에서 올해는 3만864 가구, 내년엔 2만463가구로 감소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사전청약이나 금리 인상, 대출 억제가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워낙 매물이 마르고 공급도 부족한 반면 수요는 두터워 집값 오름세를 누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 원장은 "정부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추가 공급책이나 임대차법의 손질 등 시장 안정에 직접 효과가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확실한 한 방이 없었다"면서 "이래서는 시장 불안 해소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실장은 "정부가 사전 청약 대상을 공공주택뿐 아니라 공공택지의 민영주택 등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시장 안정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수도권에서 전셋값 불안이 주택 수요를 자극하는 데다 중저가 주택에 대한 매수세가 살아 있어 연내 집값 상승 추세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imj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