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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의 상대는 누구? 미중, 톈진회담 후에도 의전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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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의 상대는 누구? 미중, 톈진회담 후에도 의전 신경전
홍콩매체 "미국은 왕이 부장, 중국은 셰펑 부부장이라고 강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톈진(天津)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펼쳐졌던 의전 문제가 회담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홍콩매체들이 28일 보도했다.
명보는 "톈진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은 몇시간 동안 진행됐나? 짐짓 '라쇼몽'(羅生門)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1950년 내놓은 걸작을 언급한 것으로, 라쇼몽은 살인 사건을 두고 벌어진 목격자들의 엇갈린 진술을 그리며 '실체적 진실'의 상대성을 다룬다.
명보는 톈진 회담의 시간에 대해 미중이 각기 다른 발표를 했다면서, 라쇼몽에 빗대 같은 사건에 대해 각자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25일 톈진(天津)을 방문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24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6시간 동안 중국 외교부의 왕이(王毅) 부장을 만나고 셰펑(謝鋒) 부부장과 회담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26일 셔먼 부장관과 셰 부부장의 회담이 4시간 넘게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셔먼 부장관과 왕 부장의 면담은 1시간여 동안 진행됐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이 왕 부장과 4시간 동안 만난 사실만 발표했다. 셰 부부장 등 다른 관리들과의 만남은 국무부 발표에 언급되지 않았고, 이는 톈진 회담을 앞두고 공개된 셔먼 부장관의 방중 일정과 동일하다.
명보는 "미국이 셔먼 부장관과 왕 부장의 회담을 원했고, 셰 부부장의 서열은 셔먼 부장관과 급이 맞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에 왕 부장과의 회담 시간만 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셔먼 부장관의 협상 상대는 셰 부부장이고, 왕 부장은 예의상 영접한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러나 만약 미국 발표처럼 셔먼 부장관과 왕 부장의 회담이 4시간 진행됐다면, 셔먼 부장관과 셰 부부장의 만남은 (중국 발표와 반대로) 워밍업 수준의 면담이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미중이 톈진 회담 이후 서로 다른 버전의 설명을 내놓으며 의전에 대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셔먼 부장관과 왕 부장의 만남에 방점을 찍은 반면, 중국 매체들은 셔먼 부장관을 왕 부장보다 서열이 낮은 셰 부부장이 맞이했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셔먼 부장관의 방중을 앞두고도 양측이 의전 문제로 신경전을 펼쳤고 이로 인해 한때 방중이 무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SCMP는 셔먼 부장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 등 최고 의사결정권자들과 직접 접촉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에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셔먼 부장관이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의 회담을 원했으나 중국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러 부부장 대신 외교부 서열 5위인 셰펑 부부장을 셔먼 부장관 회담 카운터파트로 제안하면서 셔먼 부장관의 방중이 무산됐다는 설명이었다.
중국해양대 팡중잉(龐中英) 교수는 SCMP에 "미중은 모두 기본적으로 자국 청중들에게 자신들이 굽히고 들어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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