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기록 큰 폭으로 갈아치우는 극단적 폭염 더 자주 발생
기록적 폭염 앞으로 30년간 지난 30년 2~7배 늘고 이후엔 3~21배 증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촌 곳곳에서 이전 폭염 기록을 갈아치우는 유례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런 극단적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 취리히)의 기후학자 에리히 피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온실가스 방출이 현재처럼 높게 지속하면 앞으로 30년간(2021~2050년) 이전 고온 기록을 깨는 기록적 폭염이 지난 30년의 2~7배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50년 이후 30년 동안에는 기록적 폭염이 3~21배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극단적 폭염은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2050년 이후 6~37년마다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피셔 박사는 "앞으로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극단적 폭염은 차치하고, 현재 기후변화만으로도 가능한 강력한 폭염조차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기후변화 대처를 준비할 때 극단적 폭염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록적인 온도나 강수량이 평생 경험하지 못한 것을 훌쩍 넘어설 때마다 대개 이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고 피해도 극대화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컴퓨터 기후 모델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로 기존 기록을 훌쩍 넘어서며 7일 이상 지속하는 극단적 폭염의 가능성을 산출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빈도가 잦아지는 기록적 폭염이 기온 증가의 폭보다는 속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19세기 이후 지구 온난화의 3분의 2 이상이 1975년 이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또 온난화 가속기에는 기록적 폭염이 자주 일어나고 온난화가 일어나지 않거나 약할 때는 기록적 폭염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폭염 기록이 섭씨 1~2도를 훌쩍 넘어 큰 폭으로 깨지는 것도 특징으로 지적됐다.
캐나다에서는 지난달 기온이 섭씨 49.6도까지 오르는 이상 열파가 덮치면서 수백 명이 숨졌는데, 이는 1937년 기록된 최고 기온보다 4.6도나 더 오른 것이다.
피셔 박사는 이와 관련, "최고기온 기록이 큰 폭으로 깨져도 더는 놀랍지 않다"고 했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방출을 적극적으로 감축한다 해도 열파 가능성은 높게 유지되겠지만 고온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은 시간을 두고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영국 레딩대학 국립대기과학센터의 기후학자 로완 서튼 박사는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극단적인 기후 기록들이 소폭이 아닌 큰 폭으로 아주 자주 깨질 것을 예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조건에 대한 준비 태세를 향상하고 회복력을 구축하며, 사회를 적응시키는 거대한 과제를 조명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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