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88%, 이스라엘 40%…화이자 백신 변이 예방력 차이 이유는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영국 연구진은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지난 21일 실린 보고서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델타 변이 유증상 감염 예방 효능을 88%로 제시했다.
반면,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된 이스라엘에서는 화이자 백신의 유증상 감염 예방 효능이 40%로 떨어졌다는 보건부의 공식 발표가 지난 22일에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양국의 조사 연구 결과의 차이가 이렇게 큰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전파력이 다른 다양한 변이의 확산 정도나 집중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진 시기 등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접종 속도·델타 변이 최초 노출 시기 달라
이스라엘 보건부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시릴 코헨 바일란대학 면역연구소장은 26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포스트에 "이런 데이터 불일치에 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차이는 델타 변이 노출 시기와 접종 시기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8일 전세계에서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같은 달 19일 이스라엘도 화이자 백신을 들여와 대국민 접종에 나섰다.
접종 시작 시점은 불과 11일에 불과하지만, 접종 속도에서는 차이가 컸다.
전체 인구가 930만 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인구 대비 접종률 상승 속도가 가장 빨랐다.
영국은 2회차 접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시기가 대략 올해 4월 중순이었고, 이스라엘은 지난 1월 말께 고령자 등 위험군의 90% 이상이 접종을 마쳤다.
코헨 소장은 "나중에 백신을 맞은 영국인들이 델타 변이에 노출된 시점은 이스라엘보다 한 달 앞선다"며 "이를 고려하면 (영국에서) 80% 이상의 예방 효능이 나오는 것이 납득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3개월 후에 (영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스라엘에서 지금 나타나는 (낮은 백신) 효능이 그곳에서도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능이 접종 후 6개월부터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접종 후 6개월이 지난 경우 예방 효능이 최대 16%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선 전원 화이자 접종…영국은 40대 이하에
접종자의 연령대 차이도 양국의 예방효능 차이를 내는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의료진과 고령자 우선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또 모든 연령대가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반면, 영국은 희소 혈전증이라는 이상 반응을 고려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로 고령층에 접종하고, 40대 이하 연령층에는 주로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을 제공했다.
또 코로나19 기초 대응인 유전자증폭(PCR) 검사 시행상의 차이도 지표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작고 통제 수단이 많은 이스라엘이 영국보다 더 집중적으로 PCR 검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코헨 박사는 "PCR 검사 대응이 더 민감하게 이뤄진 이스라엘이 더 많은 확진 사례를 찾아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1회차 접종과 2회차 접종 사이의 간격도 접종자의 중화항체(신체에 침투한 병원체의 생물학적 영향을 중화해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 형성 수준의 차이를 유발해 예방 효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의 경우 화이자가 제시한 3주간의 간격을 실제 접종에서 그대로 적용했다.
반면, 영국에서는 백신 물량 부족 속에 1차 접종자 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1회차와 2회차 접종 간 간격을 최대 12주로 설정했다.
최근에는 1회차와 2회차 접종 간격이 6∼14주였던 접종자에게서 더 높은 수준의 중화항체가 형성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코헨 박사는 "그러나 화이자 백신을 한 차례만 맞은 경우 델타 변이 예방효능은 30%에 불과하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항체 형성을 위해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지는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는 접종자에게 3차 접종을 하는 것이 항체 수준을 높이는 방법"이라며 "그러나 최적의 접종 방식은 여전히 찾아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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