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학습으로 쓰레기통 덮개 무력화한 똑똑한 큰유황앵무
다른 앵무가 여는 것 보고 배워…수컷 중심 10% "선구자" 역할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머리에 닭 볏 모양의 깃털이 나 있어 '황관앵무'로도 불리는 호주의 '큰유황앵무'(sulphur-crested cockatoo)가 사회적 학습을 통해 주택가의 쓰레기통 덮개를 열고 먹이 찾는 것을 배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공립 과학연구 기관 '막스플랑크협회'에 따르면 산하 동물행동연구소의 루시 애플린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큰유황앵무의 독특한 행동이 유전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학습의 산물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년 전 큰유황앵무가 부리로 쓰레기통 덮개의 한쪽 끝을 잡고 가장자리를 따라 안 쪽으로 조금씩 이동해 덮개를 완전히 열어젖힌 뒤 음식 찌꺼기를 뒤지는 비디오를 보고 체계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우선 호주 동부 해안 지역에 서식하는 큰유황앵무가 모두 같은 형태로 된 쓰레기통의 덮개를 열고 음식 찌꺼기를 뒤지는지부터 확인했다.
지난 2018년부터 2년에 걸쳐 시드니 전역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를 통해 큰유황앵무가 쓰레기통 덮개를 열고 먹이를 찾는 것을 봤는지, 봤다면 언제, 어디서 목격했는지 등을 물었다.
그 결과, 2019년 말까지 44개 지역 주민들이 이를 목격했다고 밝혀 큰유황앵무의 쓰레기통 뒤지기 행동이 급속도로 널리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행동이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에 더 빨리 퍼져 무작위로 돌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동물행동연구소의 바르바라 클룸프 박사는 "이런 결과는 큰유황앵무가 주변에서 다른 앵무의 행동을 보고 배우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또 세 곳에서 약 500마리의 앵무에게 식별이 가능한 작은 점을 찍고 쓰레기통 덮개를 열어젖히는 앵무를 확인한 결과, 10% 정도만 이런 행동을 할 줄 알았으며 대부분이 수컷인 것으로 밝혀졌다.나머지 앵무는 쓰레기통 덮개를 열 줄 아는 "선구자"가 쓰레기통 덮개를 열어젖힐 때까지 주변에서 기다리기만 했다.
또 2018년 말에는 시드니 북부에서 큰유황앵무 한 마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쓰레기통 덮개를 여는 것을 선보였으며 이후 인근의 다른 앵무들도 이를 똑같이 따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클룸프 박사는 "큰유황앵무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쓰레기통 덮개를 열지 않고, 지역에 따라 여는 기술이 다르다는 점을 관찰했으며, 이는 동료 앵무를 따라 하면서 배우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 저자로 애플린 박사에게 큰유황앵무의 비디오를 보여줘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 된 '호주 박물관'의 선임 과학자 리처드 메이저 박사는 큰유황앵무에 대해 "호주의 다른 많은 새처럼 시끄럽고 공격적이며, 멍청한 행동도 자주 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똑똑하고 집요하며, 인간과의 생활에 뛰어나게 적응한다"고 평가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